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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95

엉망진창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는 퍼부었고, 우산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으로 온종일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온 힘을 다해야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순간순간 나의 처지가 떠오르며 힘이 빠져버렸다.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달렸고, 이제 해가 뜨면 다시금 결판을 지러 나설 것이다. '어찌 될까? 어찌 될까?' 너무도 막막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 해결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설레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이끌림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로또를 사놓고 당첨금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것과 진배없음이다. 이번 일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걱정해주는 이 또한 적지 않음을 확인하였기에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 2009. 7. 8.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섣부른 예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멋진 도장을 인수받을 기회는 물거품이 되었고, 이젠 이 도장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훗날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어찌 될지 모르기에 안타깝고 심지어는 배신감마저도 생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어제처럼 아이들에게 정을 쏟으며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범으로서 늘 품은 작은 꿈이라면 이 아이들이 훗날 성장하였을 때… '그 사범님 참 잘 가르쳐 주셨는데… 좋은 분이 셨는데….' 하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내가 가르친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았을 때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함에 힘이 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2009. 7. 7.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내 도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막 몰아치고 있는 시점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이고 있다. A 도장에 있을 때 B 도장으로 가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짧은 경력과 부족한 능력이라 힘들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때마침 자의 반 타의 반의 기회로 B 도장으로 옮겨왔고 이제 3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서른을 넘어선 나이….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 했는데 태권도 사범이라는 직업이 걸림돌이 되어 반대에 부딪혔다. 도장을 차려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 만나는 보겠다고 말씀하셨단다. 만족스러운 지금의 사범 생활을 하며 천천히 준비하려 했던 내 도장의 꿈을 시급히 펼쳐야 했다. 경력도 짧고 자본도 부족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도장도 빨리 열고 결혼도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밀려왔다... 2009. 6. 21.
정신없는 태권체조 배끼기 혹은 만들기 태권도대회를 준비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나는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반납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은 참 열심히 해나가는 것 같다. 아이들 또한 목에 뭐라도 하나 걸어 보겠다는 의지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고맙기 짝이 없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나는 최소한 도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욕심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작은 명예를 위해 뛰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각자의 욕심이 뭉쳐서 팀이 화합하고 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초등부만 데리고 나갔던 태권체조에 이번에는 중고일반부들을 데리고 나간다. 예전부터 태권체조 하나 짜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 2009. 6. 18.
태권도 사범의 비애, 태권도장과 결혼 여자친구 부모님으로부터 태권도 사범이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대기업 사원과 같은 빵빵한 직장은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걸어온 길인데 직업적 비애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니 이 역시 직업적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난 현재 직장(도장)의 대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먼저 하고, 둘이 열심히 벌어서 도장을 인수하여 잘 키워나가 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친 부모님은 결혼은 급한 것이 아니니 도장을 먼저 차려서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할 것이 뻔한 놈에게 딸을 주기 싫어하는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나이.. 2009. 5. 23.
스승의 날 받은 호두과자 5월 13일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 운행을 돌며 아이들을 태우는데 K 군이 작은 종이가방을 가져왔다. 뭐냐고 물으니 스승의 날이라고 어머니가 사범님 드리라고 줬단다. 좀 이른 스승의 날 선물을 받고 뭔지 궁금해 아이들을 내려놓고 얼른 풀어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급향수가 들어있었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들어온 수련생이라 좀 의외라 생각하면서도 내 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는 좋은 향수를 받은 것에 살짝 들떠버렸다. 다음날 2학년이지만 똑 부러지는 M 양이 큼직한 비닐을 가져왔다. 호두과자 한 상자가 들어있었다. "어머니가 주시더냐?" "아뇨, 제가 용돈 모아서 샀어요." 2학년이지만 평소 녀석의 성격으로 보아 분명 자기가 용돈을 모아서 샀을 것이다. 그래서 감동스러웠.. 2009. 5. 16.
태권도 사범이라 결혼을 반대한다. 스물아홉…!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좋아했다. 이 노래가 좋아지려는 무렵, 돌아보니 나는 이미 서른이 넘어 있었다. "결혼할 시기가 되었거나 혹은 지났거나……" 이제는 어느덧 선배와 친구는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주변엔 온통 신혼들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렸다. 가진 것이 너무나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대학 1학년 이후로 용돈과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작년 2월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고 월급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했다. 큰 빚을 청산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모은다고 모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지난 1년간 모은 돈은 내 또래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일 뿐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언제까지 사범으로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때로는 막막함이 밀.. 2009. 4. 27.
불청객에게 받은 요구르트 40병 마지막 부 수련은 중·고·일반부 대상이기 때문에 초등부 수련생보다 좀 더 의미 있고, 알차게 지도해야 한다. 마지막 부는 유동성 있는 수업 전개를 위해 수련계획표 없이 그날그날에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지막 부 시간이 다가올수록 약간은 압박감이 생기기도 한다. 어제 역시 고민에 고민하였고 조만간 있을 태권도대회를 대비하여 몸통보호대를 입혀 발차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당분간 대회를 준비하는 내용의 수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화요일은 보통 마지막 10분여를 남겨놓고 기초체력 운동을 하는데 어제는 본 운동의 강도가 좀 높았던 탓에 좀 일찍 기초체력 운동으로 전환했다. 한창 끙끙거리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다. 학부모인지 알고 정중히 물었는데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술 한잔하고 오신 것이다... 2009. 2. 25.
제29회 부산광역시장배 태권도 품새대회를 보고…. 밸런타인데이 오후 여자친구가 만들어 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품새 대회가 기장체육관으로 향했다. 일반부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실력을 꼭 보고 싶어서 여자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데이트 겸 경기관람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느꼈지만, 태권도 경기는 선수, 관중, 심판, 진행진 모두가 지루함과 싸워야 한다. 품새 경기를 처음 보는 여자친구는 끝내 내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았다. 나야 뭐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판정을 내리며 공부하는 시간이지만 경기와 아무런 관련 없는 여자친구와 같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품새 경기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시간일 뿐이다. 최근에는 태권도 품새 경기의 비중이 겨루기와 비슷하지만, 태권도의 대중화, 스포츠화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09. 2. 15.
이번 방학이 짧은건가? 이번 겨울방학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지나가 버렸다. 방학 시간표에 이제 막 적응되려 하고 있는데 어느덧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방학은 나의 사범 생활 중 가장 실패한 방학이 아니었나 싶다. 나 하나 편하자고 수련시간표를 최대한 나에게 맞게 억지로 구성했다가 상당수의 수련생이 이탈해 나가버렸다. 개학하면 돌아올 수련생도 있겠지만 현재 수련생의 수가 사범이 된 이후 최악이다. 방학에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도장에서 보내며 새로운 수련생을 끌어모아야 할 텐데 나는 어쩌자고 오히려 수련시간을 하나 줄였던 것일까? 방학이라 일찍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20명에 육박하던 성인부 수련생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초등부 수련생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단기간에 급격히 수련생 수가 줄다 보니.. 2009.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