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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98

회비 깎아 달라는 말, 나는 무뚝뚝해서 듣기 싫다. 언제인가 모 세미나에서 국내에서 관원 수가 가장 많다는 손성도 관장님의 강연을 들었다. 그때 나는 손관장님을 보면서 어쩜 저리도 말을 잘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화술과 처세술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에 능한 순발력을 지닌 분으로 어찌 보면 장사꾼처럼도 보였지만,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것이 어찌 보면 태권도의 기술과 정신을 판다고도 볼 수 있으니 처음에는 달갑지 않게 여겼으나 점차 그의 재주가 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사회 생황에서도 물론이지만, 태권도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태권도 실력과 지식은 기본적인 덕목이지만 남들 앞에서 맛깔 나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재주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다는 격이 아니겠는가.... 나처럼 무뚝뚝한 사람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것.. 2010. 2. 27.
정신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 지난 겨울 방학을 시작으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사이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등 연휴가 몇 번 있었지만 그런 날에는 개인적으로 뭐 좀 만든다고 또 어김없이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도장에 나와 설쳐댔다. 지난 겨울 방학에는 특강을 포함하여 오전에 두 부, 오후에 다섯 부로 총 7부를 소화하며 열심히 뛰었다. 관원이 좀 늘어나나 싶었는데 개학하고 나니 이거야 원~ 그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줄어드는 관원을 막을 수 없는 걸 보면 참 내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느낀다. 졸업식 때는 아이들 졸업식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었는데, 늦잠으로 뒤늦게 도착했다. 다행히 졸업식이 끝나지는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가기는 했는데 빈손으로 가기가 좀 그래서 꽃집에 들렀는데 한 다발이 만 원이란.. 2010. 2. 24.
회비 좀 깎아 주세요. 사범일 때는 수련생들이 회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인수를 하고 나니 문제점이 보였다. 기존에 회비를 받는 방식이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규정 회비는 8만 원인데 일부 수련생은 어머님이 깎아 달라고 하도 졸라서 7만 원을 내고 있었고, 3품이 되면 5만 원, 4품은 아예 무료로 다니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는 관원 수가 많다 보니 이렇게 운영해도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수요자(어린이)들이 많이 줄어든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내가 주인이 되고 나서 이미 할인(?)을 받고 있던 수련생들은 어쩔 수 없고, 막 3품이 된 수련생은 규정 회비를 내도로 하고 있다. 나의 관점에서는 3, 4품은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기에 더 많이 내면 냈지, 깎아주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 2009. 12. 8.
두 번째 사범은 사랑하는 제자 내가 사범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량 운행을 나갔을 때 아이들이 방치되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교육이나 학부모들과의 상담 시에 유리한 점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혼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대출금 때문에 사범 월급 주고 나면 적자 혹은 겨우 적자를 면하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혼자보다는 사범을 고용했을 때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Y 사범이 그만두기 한 달 전부터 지인들을 통해 사범을 탐색했다. 모임이나 후배 중에 함께할 만한 사범들이 있었지만, 월급이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다 주변의 젊은 관장들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제자들을 교범으로 두고 고용하고 있었다. 심사장 등에서 아이들 질서를 잡지 못하고 어울려 노는 나이 어린 사범이나 보조 사범들을 보며 '어떻게 저런 아이들을 지.. 2009. 12. 7.
첫 번째 직원(사범)과의 짧은 만남 도장을 인수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사범을 고용했다. 후배의 소개로 만난 Y 사범은 전국체전 선발전에서 입상까지 했던 선수 출신이었지만 사범 경력은 없었다. 뭐 가르치면서 하면 되겠지 싶었고 무엇보다 겨루기 관련 수업을 전담시키고 나는 품새 지도에만 전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같이 일하기로 했다. 면접 볼 때 오랫동안 같이 할 것을 강조하며 막 인수한 도장을 함께 키워 나가보자며 제안도 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를 오래가지 못했다. 태권체조 수업을 할 때는 뒤에서 같이 따라 하며 빨리 배워서 아이들에게 지도하려고 해야 하는데 어기적 하는 시늉만 내고 나중에 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 다 외우지도 못했단다. 하사 출신인데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말투가 너무 딱딱하고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명령하는 .. 2009. 12. 4.
10월과 11월, 신종플루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다. 전 세계가 신종플루 공포에 휩싸인 지 두어 달이 지나고 있다. 학교야 의무적으로 다니는 것이라 학생들이 돌아올 테니 크게 상관없겠지만, 태권도를 비롯한 학원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태권도신문이나 무카스 기사를 보면 40명씩 휴관하는 경우도 있다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모임에 나가보니 100명 이상인 도장들은 30~40명씩 휴관이나 퇴관을 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우리 도장에는 수십 명은 아니지만, 현재 5명가량이 휴관 중인 상황이다. 신종플루에 걸리거나 예방접종으로 쉬게 되는 일이 잦았는데 그것으로 인해 아예 퇴관하는 일도 발생했다. 다른 곳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이제 막 도장을 인수하여 빚 갚느라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는 한 명이 아쉬운 시기에 더욱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2009. 11. 20.
수년의 사범 생활 중 최고로 나태했던 날 어제 하루는 내가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면서 가장 나태했던 날이다.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수업 내용은 발놀림 연습과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하고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체력측정을 한 다음 초급자들 집중 수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날 태권도 모임에서 운동 강도가 높았고, 새벽에 집에 와서는 태권 자격증 신청서 작성한다고 꾸물거렸다. 자려고 누웠는데 TV에서 재밌는 영화가 하는 바람에 거기에 빠져 아침 6시는 넘어서야 잠들었다. 12시가 넘어서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1시가 넘어서 도장에 출근했다. 첫 부는 5명 안팎이 오기 때문에 안 그래도 기운 빠지는데 전날의 폐인 짓으로 말미암아 너무나도 피곤했다. 이전 같으면 정신력으로 버티며 충실히 수업했을 텐데 이제 보는 이 아무도 없기에 타락하고야 말았다.. 2009. 9. 17.
회비는 내 통장으로 이제 하루에 한 번씩 통장을 확인해봐야 하나 보다. 통장을 확인해보니 며칠 전에 수련생 회비가 하나 들어와 있었고, 오늘도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봉투로 받은 회비도 4개나 된다. 쏠~쏠~하다.^^ 물론 대출금 갚아야 하는 돈과 각종 공과금 등 나가야 하는 돈이 수두룩한 것을 고려하면 기뻐할 일도 아니지만 이제 서서히 내 도장이 생긴 것에 대한 실감이 나려고 하고 있다. 이제 사범 때는 하지 않았던 회비 봉투를 보내는 날짜도 챙겨야 하고, 수련생이 결석하게 되면 심하게 걱정하게 되며 며칠 결석하던 수련생이 다시 오면 참 반갑게 느껴진다. 사범일 때와 관장일 때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는 것 같다. 수련생을 바라보게 되는 시선도 달라진다. 사범일 때보다 원칙에 충실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지만 의식하고.. 2009. 8. 5.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휴가 마지막 날까지 도장에서 자정을 넘겼다. 그래도 때맞춰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다행이다. 지금 도장 밖에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개가 가득 차 있다. 수거해간 것까지 합한다면 쓰레기 버리는 데만도 거의 5만 원이나 나갔다고 봐야 한다. 전날 늦게 잔 탓에 역시나 늦잠을 자 버렸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엄마는 먼저 도장에 나가셨다. 도장에 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사람 불러서 탈의실에 장판만 좀 깔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도장 입구와 사물함까지 손봐달라고 했고, 그 대가로 60만 원을 줬단다. 느지막이 일어나 도장에 가보니 입구 바닥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장판은 괜찮게 깔려 있었다. 사물함은 아예 손대지도 않았다. 고작 그 정도 해놓고 60만 원이라니 화가 치밀어 .. 2009. 8. 5.
나는 정말로 관장이 되는걸까? 8월의 시작을 미친 듯이 노동만 하며 보냈다. 전체적으로 흰색 페인트 부분에 때가 많이 타서 새로 칠한다고 후배들을 불러 함께 작업했다. 사무실에 있는 가구, 수많은 서류, 트로피와 상패 등…. 후배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벌써 사흘째 눈뜨면 나가서 새벽 3시 이전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첫날은 페인트칠하고 사무실에, 가구 배치를 바꾸려고 진 빠질 때까지 도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둘째 날은 여자친구와 휴양림에 다녀왔다. 다행히 여자친구와 휴가 날이 같았는데 어디 멀리 갈 처지는 안되었고, 그렇다고 아무 곳도 가지 않는다면 크게 원망을 살 것이기에 가까운 곳으로 오붓하게 다녀왔다. 저녁에 헤어지고 또다시 도장으로 향해 새벽 늦게까지 이래저래 잡일에 시달렸다. 셋째 날.. 2009.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