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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정신없는 태권체조 배끼기 혹은 만들기

by 태권마루 2009. 6. 18.

태권도대회를 준비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나는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반납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은 참 열심히 해나가는 것 같다. 아이들 또한 목에 뭐라도 하나 걸어 보겠다는 의지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고맙기 짝이 없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나는 최소한 도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욕심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작은 명예를 위해 뛰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각자의 욕심이 뭉쳐서 팀이 화합하고 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초등부만 데리고 나갔던 태권체조에 이번에는 중고일반부들을 데리고 나간다.

예전부터 태권체조 하나 짜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음악 편집도 해야 하고, 동작도 짜야 하는데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다. 나의 게으름과 부족한 감각은 표절이라는 아쉬운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일부 수정하기도 하고, 직접 짜서 추가한 부분도 꽤 되지만 거기서 내가 순수하게 창작한 부분이 얼마나 될까?

몇 주 동안 수백 개의 태권체조 동영상을 봐야만 했다. 그 많은 동작 중에서 몇 동작 추려내서 다시금 박자와 흐름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일은 태권체조와 거리가 먼 나에게는 꽤 고단한 일이다. 참 많은 태권체조 대회 동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동작과 동선을 구상했을까? 도대체 저 아이들을 어떻게 훈련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남의 동작을 훔치고 있는 나 자신이 작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짧은 시간에 태권체조를 만들고, 가르치고, 고치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정신없이 어제오늘을 보내 버렸다. 도장은 장소가 좁아 대학교 강당을 빌렸는데 다른 동아리에 밀려서 사용 못 하고, 좀 넓은 친구 도장을 빌려 연습하기도 했다. 이번 주 토요일 다시 강당을 예약해놨는데 또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미루고 주말에 열심히 하는데 각자 약속으로 주말 연습에 참석 못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너희가 하자고 했으니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약속이고 공부고 뭐고 만사 다 제쳐놓고 나와!"
제자들의 무책임한 말에 화가 나서 나 역시 무책임한 말을 내 던져버린다.

즐기자고 하는 일이 점점 욕심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로 변질되는 격이니 이거 원.... 아무튼, 시작된 일이니 과정이 힘들어도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참가한 수련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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