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일지98 불청객에게 받은 요구르트 40병 마지막 부 수련은 중·고·일반부 대상이기 때문에 초등부 수련생보다 좀 더 의미 있고, 알차게 지도해야 한다. 마지막 부는 유동성 있는 수업 전개를 위해 수련계획표 없이 그날그날에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지막 부 시간이 다가올수록 약간은 압박감이 생기기도 한다. 어제 역시 고민에 고민하였고 조만간 있을 태권도대회를 대비하여 몸통보호대를 입혀 발차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당분간 대회를 준비하는 내용의 수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화요일은 보통 마지막 10분여를 남겨놓고 기초체력 운동을 하는데 어제는 본 운동의 강도가 좀 높았던 탓에 좀 일찍 기초체력 운동으로 전환했다. 한창 끙끙거리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다. 학부모인지 알고 정중히 물었는데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술 한잔하고 오신 것이다... 2009. 2. 25. 제29회 부산광역시장배 태권도 품새대회를 보고…. 밸런타인데이 오후 여자친구가 만들어 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품새 대회가 기장체육관으로 향했다. 일반부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실력을 꼭 보고 싶어서 여자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데이트 겸 경기관람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느꼈지만, 태권도 경기는 선수, 관중, 심판, 진행진 모두가 지루함과 싸워야 한다. 품새 경기를 처음 보는 여자친구는 끝내 내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았다. 나야 뭐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판정을 내리며 공부하는 시간이지만 경기와 아무런 관련 없는 여자친구와 같이 일반인들이 보기에 품새 경기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시간일 뿐이다. 최근에는 태권도 품새 경기의 비중이 겨루기와 비슷하지만, 태권도의 대중화, 스포츠화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09. 2. 15. 이번 방학이 짧은건가? 이번 겨울방학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지나가 버렸다. 방학 시간표에 이제 막 적응되려 하고 있는데 어느덧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방학은 나의 사범 생활 중 가장 실패한 방학이 아니었나 싶다. 나 하나 편하자고 수련시간표를 최대한 나에게 맞게 억지로 구성했다가 상당수의 수련생이 이탈해 나가버렸다. 개학하면 돌아올 수련생도 있겠지만 현재 수련생의 수가 사범이 된 이후 최악이다. 방학에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도장에서 보내며 새로운 수련생을 끌어모아야 할 텐데 나는 어쩌자고 오히려 수련시간을 하나 줄였던 것일까? 방학이라 일찍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20명에 육박하던 성인부 수련생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초등부 수련생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단기간에 급격히 수련생 수가 줄다 보니.. 2009. 1. 30. 열혈남들과 한 판 붙다(?) 요즘 우리 도장에 중·고·일반부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도장을 옮겨 오면서 가장 많이 빠져나갔던 부가 마지막 중·고·일반부가 아닐까 싶다. 잘 어울려주고 태권도 외적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지도해주었던 앞전 사범과는 달리 태권도 위주로 수업하며 자유분방한 그들은 옥죄는 듯한 나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 것이라 여긴다. 전 사범 시절 한때 40명까지도 올랐다던 마지막 부는 내가 왔을 때 10명 정도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시점까지 10명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여름부터 늘어나더니 이제 18명이 수련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는 20명을 넘어섰다. 최근 도장들의 추세를 본다면 대학 입시나 품새 선수 위주로 수련하는 도장들을 제외하고는 중·고·일반부 수련생의 수가 적지 않다고 본다. 도장이 작은 편도 아닌데 .. 2008. 12. 14. 매를 드는 순간 나는 나태해진다. 태권도 사범으로 처음 도복을 입었을 때 관장님이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이 잘 따르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뛰어난 지도자는 말 한마디로 아이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끌 수 있는 지도자다."라고 말씀하셨다. 흔한 얘기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얘기였다.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쳐 본 적은 있지만 어린아이를 지도해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런 일을 생각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A 도장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커가는 과정에 매를 든 적이 거의 없다. 매를 들 필요도 없이 아이들이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관장님이 평소에 워낙 아이들을 잘 교육해 놓았던 탓이다. 지금 도장(이하 B 도장)에 와서 처음에 가장 놀란 것은 도복 입은 수련생을 찾기 어려울 만큼 옷차림이 제각각이었다는 것이고, 품 띠들이 .. 2008. 12. 7. 나의 첫 시범 작품으로 보람을.... 얼마 전 인근 초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예회가 열리는데 우리 도장에 다니는 1학년들이 많으니 그 아이들만 모아서 태권도 시범을 해달란다. 1학년 어머님들이 많이 보시니 홍보도 되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도 된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주어진 시간은 보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무조건 부딪혔다. 처음엔 '기본동작+품새+태권 체조+격파'를 구상했으나 시간을 그렇게 안 준다고 해서 '태권 체조+격파'로 가닥을 잡았다. 수련계획표에 2주간은 태권 체조를 몸풀기에 넣었고 수업 시간 틈틈이 개인격파를 연습시켰다. 주말에는 합동 연습을 했다. 1학년들이고 수련 기간이 짧은 아이들이 많아서 꽤 고생했지만, 일요일까지도 연습했더니 그럭저럭 잘해주었다. 10명의 아이들에게 참 많이.. 2008. 11. 24. 오늘 조금 힘 빠지는 날~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면 완벽한 삶이 아니겠는가…? 나는 역시 완벽과는 거리가 멀기에 어제 하루가 좀 힘겨웠다. 두 달에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주제 수업! 9~10월의 주제는 호신술이라 어제 하루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지도했다. 아이들이 다 그렇듯 집중도 잘 안 되고 가르쳐줘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엉뚱한 동작을 하기 일쑤였다. 효과적으로 손목을 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영~ 안되길래 일일이 아이들을 손목을 꺾으며 가르쳤다. 물론 힘 조절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하는 것이다. 그러다 평소 가장 아끼는 L을 지도하는데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수업 마치고 차에 태워 내리기 전에 "사범님이 힘 조절을 잘 못 했었나 보다 미안하다 다음부턴 좀 살살할게"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좀 서운했.. 2008. 10. 18. 불량학생 보고 불량생각, 불량행동 중·고·일반부 12명의 수련생을 데리고 1박 2일 캠프를 가는 길.. 찾아 놓은 돈이 없어 은행을 찾아 돌다가 현금지급기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내리면서 길 건너편을 보니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교복 입은 여중·고생들이 대략 15~20명가량이 몰려있었다. 몰려있길래 쳐다봤더니 이쪽으로 자꾸 눈치 보듯이 쳐다봤다. 동네에서 차량 운행을 하거나 밤늦게 퇴근할 때 청소년들이 불량스러워 보이거나 으슥한 골목에 모여있으면 어김없이 가서 사람들이 위화감 느끼지 않도록 밝은 곳으로 가라던지 그래서는 안된다든지 훈계하기 때문에 그런 눈빛에는 익숙하다. 일종의 경계하는 눈빛이다. 그저 몰려있는 것이겠거니 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급히 뛰어와서 차에 올라타니 차에서 기다리면서 그쪽을 쭉~ 지켜봐 왔던 우리 수련생들이.. 2008. 9. 1. 제1회 부산지방경찰청장기 태권도대회 품새대회를 앞두고 부족한 기량을 보충하기 위해 금요일 밤 합숙 훈련을 실시했다. 늘 그랬듯이 잠을 거의 자지도 못하고 이른 아침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피곤함을 가득 짊어지고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억지로 목욕탕으로 향해 열탕과 사우나실을 오가며 몸을 지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잠이 쏟아졌다.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부산지방경찰청장기 태권도대회를 보러 가려고 했으나 끝내 잠을 이기지 못하고 오후 눈꺼풀을 덮어버렸다. 눈을 뜨니 오후 3시! 사직실내체육관까지 자전거 타고 갈 예정이었는데 비도 오고 시간도 늦고 해서 TV나 보며 쉬려고 했는데, TV는 나중에 봐도 되지만 경기는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박차고 일어나 택시를 타고 사직으로 향했다. 오후 4시경에 도착했다. 이미 .. 2008. 6. 30. 태권도장에서 웬 무기술? 100명이 넘던 수련생이 서서히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80명 선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장 주변 재개발 때문에 이사 간 수련생도 많고, 가계가 많이 어려워졌다는 악재가 있었다.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답답해하며 소리치고 늘 거기서 거기인 프로그램으로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여긴다. 칭찬의 힘을 그렇게도 잘 알면서도 혼자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발산되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기감을 느끼고 이제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해보니 다시금 수련생이 불어나고 있다. 수업 프로그램에 큰 변화는 없지만, 주말에 좀 덜 쉬더라도 수련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함께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 타러도 가고 등산도 가고.... 2008. 6. 15.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