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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제1회 고품 및 고단자 승품·단 심사대회 [부산]

by 태권마루 2008. 3. 23.


작년까지만 해도 부산의 4품 심사는 1~3품, 1~3단과 함께 매달 승품·단 심사를 통해 심사가 치러져 왔으며, 4~5단 심사는 고단자 심사라 하여 1년에 3~4차례 치러져 왔다. 하지만 4품은 시기가 되면 4단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4단과 같은 위치로 보고 올해부터 4~5단과 함께 "고품 및 고단자 심사"라는 이름으로 고단자 심사에 통합되어 치러지게 되었다.

고단자 심사에 통합된 고품 및 고단자 심사가 어제 3월 22일(토) 동의대학교 효민체육관에서 열렸다. 친구가 5단 심사를 본다고 하여 카메라를 들고 출동 하였다. ^^;

참고로 2008년도 고품 및 고단자 심사는 3, 7, 11월 이렇게 세 차례 일정이 잡혀있다.

작년까지는 고단자 심사가 사직동 양정모체육관에서 했었는데 이번 심사는 동의대학교 체육관에서 치러졌다. 최근 들어 부산광역시 태권도협회의 많은 일정이 동의대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되는데 동의대학교에서 체육관 대관을 잘해주어 그런 것인지,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의대학교 태권도 학과의 영향인지, 인맥을 통한 동의대학교 밀어주기인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특정 장소에서 그것도 공공 체육시설이 아닌 특정 대학의 체육관에 집중적으로 행사가 치러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튼, 몇 년 전 5단 심사를 볼 때와는 또 사뭇 느낌으로 고품 및 고단자 심사장에 들어섰다. 이미 도착한 다른 도장의 수련생들과 지도자들이 연습과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4품 심사자가 300여 명, 4, 5단 심사자가 200여 명이라고 얼핏 들려왔다.

1시가 되자 심사자들이 집합했다. 체육관 입구는 응시자들로 북적거렸다. 진행위원이 응시번호를 부르며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꼭 그렇듯 자신의 번호도 모르고 뒤늦게 나타나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이들이 역시나 존재했다.

나와 함께 갔던 JJ가 자기 줄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관람석으로 올라갔다. 새롭게 바뀐 4품 심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JJ가 다급하게 올라왔다.

"샅보대와 머리보호대 없으면 심사장에 못 들어간다는데?"

황당했다. 심사공문에는 분명 팔다리보호대와 샅보대만 준비하면 된다고 되어 있었으니 머리보호대는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빌리면 되지만 공문의 내용과 다르니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항의할 생각으로 대조석으로 내려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다른 지도자가 와서 항의 중이었다. 당연히 머리보호대는 개인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는데 먼저 와서 항의하던 지도자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남자야 그렇다 쳐도 여학생들은 아래가 볼록 튀어나오면 보기 안 좋은데 그걸 왜 자꾸 차라고 하는 거냐고 따졌다. 물론 샅보대는 불편하기도 해서 대다수가 착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경기도 아니고 1분 남짓의 심사를 위해 샅보대를 착용한다는 것이 그다지 칭찬할만한 방침은 아닌 듯도 하다. 하지만 보기 좋지 않다고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많은 태권 수련생들이 다 듣는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머리 보호대는 뭐 어디 보기 좋은가? 그런 소리를 한 이유를 알만하지 않은가? 보아하니 샅보대를 준비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시 관람석으로 올라왔다. 아까와는 진행방식이 달라져 있었다.

고품 및 고단자 심사는 체육관 바닥은 고무 패드로 두 코트를 갈라놓았고, 한쪽에서 품새와 발차기를 심사하고 옆으로 이동하여 보호대를 착용하고 겨루기를 심사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작년까지의 고단자 심사와 같이 4명씩 품새와 발차기를 보고 2명이 겨루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시간이 길어지자 6명씩 품새를 보고 4명씩 겨루기를 보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진행방식이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심사자 접수는 미리 받아놓고 그 정도의 예상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었다.

심사는 역시나 기다림과의 싸움이었다. 응시자들은 맨발로 차가운 마룻바닥에 앉아 긴장과 추위에 떨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언제 나오나 대기석에서 자녀를 찾아 헤맨다. 몇 시간을 기다려 고작 5분도 지나지 않아 심사는 끝나버린다.

 

드디어 JJ가 심사를 받기 위해 코드로 들어섰다. 품새와 발차기를 무난히 끝내고 겨루기를 하는데 상대가 JJ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4명씩 치러지는 겨루기 심사는 그 4명 안에서 최대한 체격을 맞추지만, 체격이 비슷한 대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차이가 크게 나더라도 그대로 진행한다. 당연히 여자와 남자의 분리도 없다.

몇 년 전 친구가 4단 심사 볼 때 따라갔다가 160이 안 되는 여자가 남자와 겨루기를 하게 되었는데 남자의 뒤차기에 여자가 복부를 강력하게 맞았다. 나중에 그 여자가 학교 동아리 새내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만나게 되면 우스갯소리로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고단자 심사의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여자 후배가 뒤차기를 맞을 때 뒤에서 있던 관계자들이 저렇게 남자와 여자를 붙여 겨루기 심사를 하게 되면 여자는 불리하고 남자는 자기 기량을 다 할 수 없으니 공정하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소리를 했었다.
지금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 문제가 그대로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호대를 착용해가며 경기 겨루기를 하지 말고 (끊어 차는) 약속 겨루기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JJ는 심사를 그럭저럭 무난하게 마쳤다. 기존의 고단자 심사는 합격률이 50%이기 때문에 그럭저럭하면 불합격하기에 십상이다. 4품 심사는 기존에 80% 이상의 합격률을 보였는데 이번에 고단자 심사와 통합되었기 때문에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심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다른 지도자들과 수련생들에게 전달하고자 글을 시작했는데 문제점만 나열하고 말았다. -_-; 그만큼 필자의 글재주가 없다는 얘기도 되지만, 수많은 세월 동안 치러져 온 심사가 여전히 눈에 띄는 문제점이 많고 고쳐지지도 않고 있다는 얘기도 되는 것이다.

 

4품 심사자들의 보편적인 실력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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