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전은 경기와 다르다는 환상을 깨자
세계의 많은 무술중 중국무술은 유독 신비감에 싸여있다. 전설과 설화 속에 도사나 영웅들의 모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훌륭한 활약을 가능케 한 무력과 무술이 실제 현실 속에서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무술이 기격에서 벗어나 기공, 양생술의 조류와 합쳐진 이래 중국무술에 대한 일반인의 환상은 점점 깊어져 갔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 중국무술 수련자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소수의 대가들을 제외하면 자신이 배우는 기술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채 언젠가 완성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국무술 수련자들의 성향은 독특한데, 무술을 배워 강해지려는 생각이 아니라 비전을 배워 갑자기 강해지겠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타격계 무술과는 달리 중국무술 수련자들의 체형은 평균적으로 작다. 작은 몸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무술만의 비전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것은 쿵푸도장 사범들이 공통되게 지적하는 부분이다.
해동검도는 실전에서 약한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대한검도식의 시합을 하면 해동검도는 약하다. 이것은 축구선수가 야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영역을 버리고 상대의 집으로 가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경기는 많은 부분을 제약하고 목숨을 건 실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합을 통해 실전에서의 모습을 추측하는 것이며 평균치로 이 정도면 네가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할 뿐이다. 해동검도가 강하다는 것을 대한검도측에 주장하려면 해동검도만의 시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 시합장에 대한검도 선수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동검도는 시합을 전문으로 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따라서 해동검도식의 시합이 완성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시합을 하려면 시합에 필요한 표준화된 기술과 체계화된 연습방법을 만들어야 하며 시합장비도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전에 자신의 무술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쟁의 판을 짜야하는 것이다. 대한검도의 시합모습에 경도되어 있거나 목표로 삼는다면 해동검도만의 시합전략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무술도 마찬가지다. 중국무술은 중국무술만의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을 숙지하고 실전에 들어가야 자신의 전략대로 상대를 요리할 수 있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중국무술은 시합화가 안된 살인무술이기 때문에 경기는 못하지만 실전에서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이것은 기존의 전통카라테에서 주장하는 바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무술일수록 전근대적이다.
권투, 유도, 태권도 등 경기화에 성공한 무술들은 실전을 회피하는 무술가들이 전가의 보도로 삼는 ‘실전과 경기는 다르다.’는 논리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와 실전은 다르지 않다. 경기에서 실력을 입증할 수 없는 무술가는 실전에서도 실력을 입증할 수 없다. 그러나 낭심을 차고 눈을 찌르는 반칙기술들을 권투선수나 태권도 선수들에게 시켜보면 더 잘한다는 것을 중국무술의 환상에 젖어 사는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어느 무술이고 경기에서는 반칙으로 삼아 금지시키는 기술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 목숨을 건 싸움에서 무제한적인 기술을 펼치라고 한다면 나는 중국무술보다는 권투, 유도, 무에타이 선수들이 우세할 것이라는데 한 표를 걸고 싶다.
대련과 상대연습에 익숙한 사람들은 개별 기술의 습득보다 더 얻기 어려운 것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간합이라는 개념이다. 간합은 대전시에 상대방과 유지하는 기본 거리를 말하는데, 단순히 거리뿐만이 아니라 박자라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시합이던 목숨을 건 싸움이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간합이다. 자신의 무술의 간합을 모른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것은 머릿속에서 또는 투로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와 시합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간합을 모른채 실전은 경기와 다르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중국무술가는 무술 자체를 모르는 셈이 된다.
2. 중국무술의 성격
중국무술에는 많은 문파가 있으며 심지어 2000여개가 넘는다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도는 상대를 넘어뜨려 바닥으로 상황을 가져가는 와식관절기의 무술이며 합기유술이나 아이키도는 서서 상대를 꺽고 조르는 입식관절기의 무술이다. 반면에 복싱과 무에타이, 태권도 등은 치고 차는 타격계의 무술이다. 고도로 경기화된 이 무술들에서 관절기 계통에서는 보통 타격이 금지되어 있고 타격계 계통에서는 관절기가 금지되어 있다. 이것은 타격기와 관절기가 경기 중에 동시에 사용하기 힘들며 양립하기 힘든 기술들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무술은 타격기 무술인가, 관절기 무술인가. 많은 중국무술가들은 타격기와 관절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것이다. 중국무술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금나, 솔, 타 등이 있는 것이다. 금나는 관절기이며 솔은 유도와 같이 기술들, 타는 타격이다. 물론 수많은 중국무술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중국무술의 성격을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구분하다면 중국무술은 권투, 태권도가 아닌 합기유술이나 아이키도 같은 입식관절기 계통의 무술로 분류하는 것이 중국무술의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술경기에서 룰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룰을 알면 그 무술이 지향하는 전략을 알 수가 있다. 대동류 합기유술에서 발전한 한국 합기도의 경우, 발차기와 타격까지 포함하는 종합무술로 발전을 했지만 일본에서 원래 합기유술은 대표적인 관절기 무술이다. 한국 합기도의 시범 장면을 보면 관절기와 타격기 기술들이 간합의 이해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국 합기도는 대동류 합기유술과는 이미 다른 무술이다. 게다가 합기도의 시합장면을 보면 관절기가 양념으로 들어간 타격계 무술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합기도의 교본을 보면 처음부터 관절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멀리서 발차기만 하고 있으니 합기도는 이론과 실기가 유리가 된 무술이 되었다.
무술의 기술들을 결정하는 것은 간합이다. 한 무술의 간합을 보면 그 무술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한 무술의 기술들을 보면 그 무술의 간합을 알 수 있다. 흔히 권투나 태권도는 장거리 전투로 유도나 레슬링은 근거리 전투로 구분을 한다. 하지만 중국무술은 근거리도, 장거리도 아닌 중거리 전투이다. 합기유술도 마찬가지이다. 중거리 전투의 간합을 유지했을 때 모든 기술들을 사용할 수가 있으며 실제 기술들도 중거리 간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안되어 있다.
간합이 같으면 기술이 같다. 아이키도와 팔괘장, 태극권의 기술이 비슷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무술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무술의 성격을 입식관절기로 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3. 중국무술의 전략
전략과 전술은 다르다. 전략이란 지도를 보면서 전체 전쟁의 판을 짜는 행위이다. 반면에 전술은 개별 전투에서 쓰는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중국무술의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무술에서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태권도는 발차기를 주로 하는 무술이다. 따라서 모든 훈련체계와 시합의 룰도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권투는 전략은 현란한 풋워크와 강한 펀치이다.
유도와 레슬링은 상대를 바닥에 눕힌 다음부터 본격적인 기술을 전개한다. 상대를 눕힌다는 발상 자체가 이 무술들의 전략인 셈이다.
중국무술의 전략은 상대와의 간합을 중거리로 유지한 다음 관절기과 타격기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타격으로 선제공격이나 전투의 실마리를 푼 다음 상대를 관절기로 봉쇄하고 바닥에 던지거나 관절을 꺽고 급소는 치는 등의 결정타를 매긴다. 타격기와 관절기를 유기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중국무술의 전략은 우리가 흔히 보는 권투, 태권도, 무에타이 등의 타격기 무술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스하키과 필드하키와의 차이만큼 큰 것이다. 골을 넣는다는 목적은 같지만 그곳까지 가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초보자들의 경기를 보거나 아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보면, 멀리서 맞지 않는 발차기만 하거나 머리채를 잡고 또는 엉켜붙은채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이 보통이다. 멀리서 맞지 않는 발차기와 펀치는 엉성한 권투와 태권도의 모습이며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은 어설픈 유도와 레슬링의 모습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어설픈 타격기, 어설픈 유술기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싸움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권투, 무에타이, 유도는 싸움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제공하며 일반인들의 싸움에 대한 인식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의 몸에 어울리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격투기라고 할 수 있으며 누구나 배우고 사용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 전형적인 싸움의 모습들은 또한 편견으로 작용한다. 어설픈 싸움 기술들이 체계적으로 발전해 무에타이, 권투, 유도 등의 일가를 이루었지만 싸움과 무술에 관한한 그것 이외의 다른 것이 있다는 생각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무술에 대한 편견은 사범급의 무술가들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중국무술 사범의 시합장면도 다른 무술수련자와 만났을 때는 무에타이나 태권도의 대련모습처럼 변하고 만다. 발차기를 하고 펀치를 지르는 것이다. 중국무술 투로에서 배우는 가지가지 기술들은 전혀 사용하지를 못한다. 결국 시합에서 중국무술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한 수련생들은 쿵푸가 비실전적이며 쓸모없는 기술들이라고 폄하한다. 그리고 쿵푸도장에서 태권도식 발차기와 펀치를 연습하고 말게 된다.
이것은 중국무술의 전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전투에서도 백병전에서는 총검술을 쓰고 더 멀리 떨어졌다면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질 것이며 더 멀리 떨어졌다면 대포를 사용할 것이다. 목표가 수천킬로가 떨어진 곳은 ICBM으로 폭격을 한다. 이렇게 보듯 개별전투에서 거리라는 것은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중국무술의 기술들은 중거리에 서야 가장 파괴적이며 효율적으로 전개가 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중국무술 수련자들은 권투와 태권도처럼 간합을 장거리로 유지함으로서 상대 무술에 전략에 말려들고 패배를 하게 되며 쿵푸는 ‘폼 잡는 기술’로 전락하게 된다.
4. 중국무술의 중거리전투
권투같은 장거리, 유도같은 단거리 무술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그 무술들의 간합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무술의 중거리 전투를 세계 어디를 가도 좀처럼 보기 힘든 간합이다.
중국무술의 기본 간합은 나의 손목과 상대의 손목이 맞붙어 있을 때이다. 중거리 전투의 핵심은 타격기와 관절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손목과 손목이 맞붙은 거리는 반발 물러서면 타격기를 반발 전진하면 유술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 간합은 아이키도나 대동류 합기유술의 간합과 비슷하다.
상대를 꺽고 조르는 기술은 중국무술과 합기유술에 공통된 점이 많은데, 혹자는 아이키도가 태극권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곤 한다. 하지만 간합이 같다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즉 간합이 같은 무술들은 기술이 같다. 상대가 백병전을 하면 나도 백병전을, 상대가 대포를 쏘면 나도 대포를 쏘는 것은 어쩌면 상식적인 일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무술은 권투같은 장거리 타격계 무술이 아니라 중거리 무술이며 합기유술 형태의 입식관절기 무술이다. 다만 합기유술보다는 타격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합기유술이나 아이키도는 고도로 경기화된 무술이다. 경기화되었다는 것은 대회를 자주 연다는 뜻이 아니라 룰이 있고 그 룰에 반하는 기술들은 배제 되었다는 것이다. 합기유술이나 아이키도는 타격기는 빠진채 관절기만 가지고 경기화에 성공한 무술이다.
합기유술에는 발차기도 있고 타격기도 있다고 항변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연 그 기술들이 연습체계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와 경기의 간합이 타격기가 성립하는 거리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유도에도 발차기도 있고 타격기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유도가 타격기 무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의 아이키도와 합기유술을 보면 거의 꺽고 조르는 수로 일관을 하고 있어 실제 상황에서 이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실제 상황에서 상대방은 연습할때의 상대처럼 유순하게 자신의 몸을 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아오는 상대의 팔을 잡기란 날아가는 파리를 한 손으로 생포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입식관절기 무술에서 노하우는 상대의 팔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잡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잡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합기유술과 중국무술 등 입식관절기 무술들의 공통된 과제이며 이 상황을 창출하는 것이 실력이다.
현재 일본의 유술들은 타격기가 거의 제외되어 있다. 비록 기술목록안에는 포함에 되어 있다고 해도 연습시에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타격기가 유술에서는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합기유술, 아이키도 등의 무술이 고도로 경기화되었다는 반증이다. 합기유술, 아이키도는 근대유도와 권투처럼 일부 기술만을 선정하여 경기를 하도록 짜여있는 무술이다. 제한된 기술의 반복연습은 해당 무술을 하는 수련자들끼리는 우열을 용이하게 가릴 수 있게 하지만 다른 무술수련자, 즉 이종격투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상대의 낯설은 기술을 볼때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종격투시에서도 자신의 기술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무술가라면 한 단계 올라선 사람일 것이다.
중국무술의 경기모습과 가장 유사한 무술은 일본의 스모이다. 스모는 유술계통의 무술이지만 양측이 떨어져서 시작하는 것이 씨름과 다르다.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에게 접근하여 유술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중국무술 수련자들이 참고할 점이 많다. 현재 스모는 선수들의 대형화로 몸 무게로 승부하는 경기가 많아졌지만 경량급들의 경기를 보면 화려한 기술들을 많이 사용한다.
입식관절기 무술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자신들끼리의 경기는 문제가 없지만 관절기만으로는 이종격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묘한 금나가 졸렬한 타격만 못하다’는 중국무술의 무언도 있으며 아이키도의 창시자인 우에시바 모리헤이 조차 실전에서는 ‘타격기가 70%, 관절기가 30%’라고 말한 적이 있다. 관절기가 마무리 수로는 유용하지만 실마리 수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입식관절기 무술조차 타격기의 도입이 절실한 이유이며 중국무술은 관절기와 타격기의 유기적인 조화를 잘 이루어 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흔히 중국무술의 발차기는 허리 이상을 올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하이 킥이 쓸모없다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없다는 것이며 이유는 간합때문이다. 극진카라테나 무에타이 경기를 보면 하이 킥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하이킥에 대한 두려움은 이들 무술에게 권투와 달리 손의 가드를 높게 올려 방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중거리 전투인 중국무술에서는 상대와의 거리 때문에 발을 허리이상으로 올릴 수도 올릴 필요도 없게 된다.
유도에는 발차기가 있을까? 발차기로 부르기에는 부족하지만 유도경기에서는 상대의 정강이를 때리는 동작이 많다. 정강이를 때려 상대의 중심을 허물고 유술기를 사용할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유도 도장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초보자들이 처음에 얼마나 많이 맞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유도에서는 근접한 거리 때문에 허리까지도 다리를 올려 발차기를 사용할 수 없다. 발차기의 고저는 간합이 결정하는 문제이며 하이 킥이 무용한 발차기는 아닌 것이다.
중국무술에서는 허리에서 나오는 펀치가 많다. 중국무술가들은 극단적으로 ‘주먹의 고향은 허리’라는 말을 하곤 한다. 권투의 편견에 빠진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비 실용적인 동작이라고 폄하하지만 펀치가 권와에서 나오는 것은 거리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이다. 권투와는 다른 원리에 의해 펀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5. 뻗는 수와 잡아다니는 수
사람 팔은 두 가지 용도가 있다. 뻗는 것과 잡아당기는 것이다. 뻗는 것과 당기는 힘을 비교하면 팔은 당기는 쪽이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다. 사람 팔은 무엇인가를 당기는 목적으로 진화가 되었다. 팔의 기능 중 뻗는 행위는 펀치로 발전을 하였다. 펀치라는 것은 ‘세련된 밀기’이다. 그렇다면 미는 것에 못지않게 당기는 것도 훌륭한 공격무기가 될 수 있다. 당기는 것은 관절기 계통 무술과 유술계통 무술에서 체계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권투와 같이 뻗는 수만 있거나 입식관절기 무술처럼 당기는 수만 있는 무술은 사람의 몸의 기능중 반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며 반쪽 무술이 될 수도 있다. 훌륭한 무술에는 미는 수과 당기는 수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어야 한다. 중국무술이 그렇다. 사람 몸의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선결조건이 있다. 중국무술의 기술들을 무리없이 사용하려면 ‘중국무술적인 몸’이 완성이 되어야 한다. 펀치는 어설픈 대로 모자란 대로 그럭저럭 사용을 할 수 있지만 중국무술은 몸이 먼저 완성되어 있지 않다면 기술들을 사용할 수 없다.
6. 공력이란 중국무술에 필요한 몸의 완성
중거리 전투에서는 상대와 나의 몸의 일부분이 접촉되어 있다. 이 상태에서는 권투같은 스텝을 밟을 수도 없고 물러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유도나 레슬링처럼 상대의 허리를 안아 태클을 할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상대와 몸이 접촉된 상태에서는 아이러니칼하게도 블루스를 출 때처럼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춤을 추는 것은 긍정적인 호흡을 맞추는 것이지만 중거리 전투에서는 상대와의 부정적인 호흡, 그리고 긍정적인 호흡조차 자기에게 유리한 요소로 끌어들어야 한다.
짧아진 거리 때문에 권투식의 펀치를 사용하기 못하게 되는 중거리 전투는 다른 개념의 타격법을 고안하는데 바로 몸을 지렛대로 사용하여 몸 전체로 타격을 하는 방법이다. 몸으로 때린다는 말이 중국무술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데 관절기에도 단순히 꺽고 조른다는 것을 넘어 타격의 개념이 들어가 있다.
몸을 지렛대로 사용할 때 축이 되는 부분이 각각의 관절들이며 가장 중요한 축은 골반과 어깨이다. 중국무술은 항상 어깨와 골반의 ‘송’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원칙들은 태극권과 팔괘장 등의 내가권 무술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깨와 골반이 충분히 이완되어 있지 않으면 ‘축’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태극권은 이런 부분은 잘 배려하고 체계화시켰다. 진가태극권의 투로표연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하체의 넓은 자세는 바로 중거리 전투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골반과 어깨의 이완이 중요한 이유를 검토해 보도록 하자.
골반은 인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스프링처럼 충격을 흡수하고 보행시 균형을 잡는 것은 골반이다. 골반이 나의 균형을 잡게 해주는 것처럼 접촉을 했을시 외부사물의 균형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상대와 나의 몸이 접촉되어 있을 때 상대의 힘의 방향이 나의 몸에 전달에 올 것이다. 힘에 방향이 생겼다는 것은 균형이 깨졌다는 의미이며 상대가 균형이 깨진 느낌이 나에게 전달되어 오는 것인데 이것은 최종적으로 인체의 스프링인 나의 골반에서 느끼게 된다.
태극권의 추수에서는 청경과 화경을 연습한다고 하지만 결국 상대와 나와의 균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태극권의 청경은 손바닥에 있는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신비한 기술이라고 하지만 청경훈련은 결국 ‘극단적인 균형감각’을 체득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손가락으로 민다면 나의 균형은 깨질 것이고 그 깨진 균형의 느낌은 최종적으로 골반에서 느끼게 된다. 상대와 몸이 접촉되어 있을 때 상대의 힘과 공격이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는 것은 골반의 스프링 작용때문이다.
골반의 균형감각은 추수이외에도 매화장 수련 등을 통해 증진시킬 수 있다. 매화장이란 기둥위에 올라서서 오랜 시간 균형을 잡는 연습이다. 흔히 이 수련은 피부를 민감하게 하여 상대와의 접촉시 상대의 힘의 방향을 느끼게 한다는 것인데 피부가 민감하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골반의 균형감각이 좋다는 것이다. 매화장 수련을 오래하면 당연히 균형감각의 체득과 함께 골반근육이 이완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골반근육의 이완이 필요한 이유는 상대와 몸이 접촉된 상태에서 기술을 전개해야 하는 중국무술의 독특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다음은 어깨관절의 이완이다. 중국무술에서 어깨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몸통과 팔이 연결되는 부분만이 아니다.
한자로는 ‘방(膀)’ 이라고 하는데 방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방(膀)’은 어깨와 등의 견갑골 부위를 지칭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중거리 전투는 권투와 같은 방식의 펀치를 사용할 수 없는 거리이다. 따라서 짧은 거리를 상쇄할 수 있는 타법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발경타법이다. 발경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짧은 거리에서 상대와 몸이 붙어있을 때를 가정하여 개발된 타법이다. 이소룡이 선보였다는 촌경도 역시 발경타의 일종이다. 상대에게 타격을 할 만한 충분한 거리가 없지만 어깨와 허리의 탄력을 통해 권투 이상의 펀치력을 내는 것이다. 발경은 팔로 친다기 보다 몸으로 때린다는 말이 적합한 타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탄력있는 허리와 강한 견갑골의 근육들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현대 스포츠의 기본이다. 스포츠에서는 구기종목과 육상종목을 통틀어 모두 각자의 특성에 맞는 웨이트트레이닝법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중국무술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옛날부터 다양한 웨이트트레이닝법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중국무술에서는 외공단련법이라고 한다.
외공단련은 특히 내가권에서 배외시하지만 효과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내공과 기의 흐름을 중요시한다고 해도 사람 몸은 뼈대와 근육, 인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뼈대는 근육과 인대를 통해 움직이니만큼 아주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근육과 인대가 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고수라도 힘을 낼 수가 없다. 문제는 부위별로 전문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도외시한 무술은 내가권일지라도 기공의 조류와 결합해 신비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며 중국무술은 건강에는 좋으나 실전성이 없는 무술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된다.
그리고 짧은 거리를 상쇄할 수 있는 타법 중에 하나가 장법(掌法)이다. 장법은 주먹으로 치던 사람이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때려보자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타법이 아니다. 시중에서 선보이는 장법은 90%가 이런 펀치의 변형에 불과한 장법이다. 이런 장법은 펀치의 원리로 움직이는 유사장법에 불과하다. 펀치와 장법은 원리가 다르다. 장법은 핵심은 그 각도에 있다.
장법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각도가 있다. 장법의 타격은 펀치를 칠 때보다 상대와의 가까운 거리를 상정하고 있으며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가속도를 붙일 때는 권투의 스트레이트같은 직선상의 거리가 아니라 아래위로 각도를 주어 타격을 함으로서 거리가 짧아져 가속도면에서 불리한 부분을 상쇄하는 것이다. 장법은 손이 펴져있는 만큼 주먹을 쥐었다가 상대를 잡기 위해 다시 펴서 쥐는 것보다 빨리 관절기로 전환할 수 있다. 손바닥이 펴져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움켜쥐거나 꺽는 편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법은 ‘방(膀)’의 힘과 탄력이 매우 강하지 않고서는 효력을 발하지 못한다. 팔괘장의 주권은 이 ‘방(膀)’과 골반의 유연함과 탄력을 연습하는데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한 무술을 배운다는 것은 그 무술이 지향하는 실전에서의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국무술의 전략은 중거리에서 타격기와 관절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무술의 전략무기는 ‘공력’이며 공력의 내용은 위에 나와있는대로 ‘강한 견갑골의 근육들, 충분히 이완된 근인대와 근육들, 유연한 허리와 골반, ‘송’이 되어있는 관절들’이다. 이런 무기들이 자신에게 도입되어 있지 않다면 중국무술의 기술들은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중국무술식 격투는 어설픈 타격기와 어설픈 유술이 된다. 옛날부터 중국무술가들은 ‘소성에는 3년이 필요하다’는 말들을 하였다. 이 소성의 기간 3년은 위와 같은 몸의 조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들이다.
7. 중국무술의 다양한 상대연습
중국무술은 대련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연습체계속에는 다양한 상대연습을 도입하고 있다. 태극권의 추수는 중국무술 상대연습의 대표적인 예이다. 약속대련식으로 맞춰서 할때고 있지만 자유롭게 할때도 있다. 상대연습은 상대와 몸의 일부분이 접촉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개하는 것이며 중거리 전투기술을 익히기 위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한다.
8. 진정한 이종격투는 간합이 다른 무술
K-1을 흔히 이종격투전이라고 말한다. 그 경기에 참가하는 각자는 다른 무술을 수련했지만 정작 경기는 무에타이 룰로 진행을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에타이 경기이며 이종격투라고 말할 근거는 부족하다. 진정한 이종격투는 간합이 다른 무술끼리의 격투이다. 권투와 유도, 중국무술과 태권도의 시합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자기에게 익숙한 간합을 버리고 낯선 간합을 만나는 것이다. 이때 승부는 물론 경험이 많은 사람이나 상대를 자신의 전략대로 끌어들이는 사람이 승리한다. 레슬링은 바닥에 누워서 경기를 하는 만큼 상대를 쓰러트린다면 일단 자신의 판으로 상대를 끌어들인 셈이 된다.
요즈음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초창기 그레이시 유술의 승승장구도 간합의 낯설음 때문이다. 현재는 많은 무술가들의 연구를 통해 이전보다 그레이시 유술의 승리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며 타격기 계통의 무술가도 유술가들에 대항하는 방법을 많이 개발하여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지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간합이 다른 무술들끼리는 어떤 것이 유리한가. 이런 질문에 대답보다는 상대의 간합에 대해 덜 낯설음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하다는 편이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이것은 이종격투를 많이 경험한 사람을 포함하지만 자신의 무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상대를 나의 판에 끌어들이는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승리한다는 이야기이다.
무술에서 간합이야말로 최후의 비전과 같다. 기술과 연습법은 모두 공개가 되었고 혼자서도 연습이 가능하지만 간합은 상대가 없으면 사라지고 없는 시간적이며 공간적인 개념이다. 이것은 스승이 착실히 지도해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깨닫기 힘들며 안다고 해도 실전에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9. 중국무술의 전략
중국무술식 전투에 능하려면 먼저 중국무술은 중거리 전투라는 전략을 명심하고 상대를 나의 판에 끌어들여야 한다. 권투와 태권도 같은 장거리 무술들은 내가 상대에게 거리를 좁히려고 하면 당연히 빠른 스텝을 사용하여 피하거나 도망갈 것이다. 중국무술에서는 이때 사용하는 기술을 ‘봉(封)’이라고 한다. 상대를 봉쇄하여 도망하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봉의 기술로는 몸의 일부분을 잡거나 다리를 걸어 놓는 것이다. 몸의 일부분보다는 옷을 잡는 경우가 많다. 축구경기를 보듯 옷을 잡는 것이 몸을 잡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중국무술의 기술들은 원래부터 몸 보다는 옷을 잡도록 고안되어 있다. 잡는 수가 많은 중국무술은 손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글러브를 끼면 안된다. 현재 중국무술의 산타경기는 글러브를 끼기 때문에 어설픈 타격기가 되었다. 중국무술가가 글러브를 끼고 경기를 하면 쿵푸의 기술중 반은 사용하지 못한다.
상대를 봉하는 기술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첫 수를 푸는 방식이다. 첫 수를 푸는 방식에 한 무술의 모든 것이 있다. 상대를 자신의 판으로 끌어들이려면 첫 수를 잘 풀어야 한다. 유도에서는 첫 수를 풀기 위해 상대의 옷깃을 잡으며 레슬링에서는 태클을 시도한다. 그리고 권투에서는 가벼운 잽과 매기고 스탭을 밟으며 결정적인 순간을 유도한다.
중국무술에서는 많은 유파가 있는 만큼 다양한 ‘첫 수 풀기’가 있다. 예를 들어 당랑권과 팔괘장에서는 눈 찌르기 공격을 한다. 눈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눈에 무엇인가 물체가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피하거나 손을 올려 방어를 한다. 이렇게 상대의 손을 이끌어 내 접촉이 시도된 순간부터 꺽고 조르는 중국무술만의 기술을 펼치게 된다. 특히 당랑권은 눈 찌르기 전술을 잘 사용하는데, 당랑권의 대적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눈찌르기 공격에 대응하거나 방어하지 않는다. 상대의 대응과 방어조차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당랑권의 전략 속으로 끌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요즘에 중국무술식 전투스타일이 시들해지는 이유는 생활방식의 변화도 이유가 된다. 중국무술의 기술들은 청나라 때의 긴 변발, 소매 폭이 넓은 전통식 복장을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현대처럼 폭이 좁고 딱 달라붙는 소매의 옷이나 짧은 머리가 유행하는 현대에서는 여간해서 상대를 붙잡거나 봉쇄하는 기술을 쓰기가 힘들다.
그리고 경기화가 덜 진행된 것도 중국무술에 대한 몰이해를 진행시킨다. 경기화가 되려면 경기에 필요한 몇 가지 기술들을 추려내어 표준화해야 되며 꺽고 조르는 중국무술식 격투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보호장비가 나와야 한다. 유도복처럼 잡기 쉬운 도복의 고안도 필요할 것이다.
10.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중국무술이 실전에 약한 이유는 자신의 전략을 모른 채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상대의 특기를 배우기 때문이다. 중국무술이 어설픈 타격기와 유술기가 되지 않으려면 중거리 전투라는 특성을 이해하고 중거리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전통식 방식도 좋지만 현대 스포츠 과학의 성과를 빌어 효과적인 웨이트트레이닝법이 개발되야 한다. 이런 훈련법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현대의 비전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며 중국무술식 격투법이 기존의 무술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출처: 무술전문지 마르스 <한병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글 이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틀렸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수긍가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