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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외면받는 태권도장

by 태권마루 2020. 4. 13.

총학에서 직책을 맡았을 때 등록금 투쟁으로 가두행진을 한 적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모였는데, 대부분 각 과의 학회장과 임원 및 그 지인들이었다. 결과적으로 학생회와 관련없는 일반 학생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였다.

 

이 한 번의 행사를 위해 몇 명이나 모일지 예상하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고 각종 홍보물을 붙이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재단측에 항의하고 학교관계자 만나고... 이것저것 일이 매우 많다. 밥상 다 차려놓고 숟가락만 들고 오라고 하는데도 학생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등록금이 비싸다며 어느학교는 동결하는데 우리는 뭐 없냐는 둥 비싼 등록금 내는데 학교가 해주는 게 뭐 있냐는 둥 학생회는 뭐 하고 있냐는 등 불만이 가득하다.

 

결국 인상폭을 줄이는데 그쳤지만,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면 투쟁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고 학교측과 더 협상하면서 동결까지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방금 전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에 다녀왔다.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앞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며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했다.

 

어떤 국회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법이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 투표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지금 당선되는 국회의원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정당이나 인물을 선택하는지를 알려야 정치인도 그런쪽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러니 투표하지 않았다면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하는 불만은 토로할 자격도 없다.

 

 

 

정부에서는 체육시설은 문을 닫으라는 권고만할 뿐 도장을 위한 대책은 커녕 관심조차 없다. 모든 도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점차 폐업위기로 몰리고 있는데 우리를 대표하는 대한태권도협회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대한태권도협회 공지사항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자는 의견도, 힘든시기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위로말 한 마디조차 없다. 하는 일이라고는 뭐가 연기되었다. 뭐가 취소되었다....는 업무에 관한 얘기 뿐이다.

 

시도협회와 구군협회는 일회성 지원금 보내놓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공인 긴급자금 대출에 대한 내용만 어디서 복사해서 올려놓고는 '태권도장 정부지원 정책'이라고 한다. 이런건 굳이 협회가 아니라도 중학생에게 시켜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코로나19로 도장들이 문을 닫은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아무런 대책이나 계획도 없다. 007도 아니고 비밀리에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태권도 관련 미디어 조차 관련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고 그나마 실린 기사들도 실랄한 비판이나 대안책 제시 등 심층적인 취재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정부는 우리에게 무관심 하고, 사회는 우리에게 냉정하고, 협회는 무능하고, 언론은 형식적이다.

 

얼마전 국기원장이 선출되자마자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다른 이사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사범들은 모를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장이 누군지 역시 알지 못하고 관심권 밖이다. 어린이보호차량 때도, 동승자 문제 때도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만 낼 뿐 단합하지 못했고 태권도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이 태권도 밴드를 도배해도 3천 명의 동의도 넘기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불만 가득하면서도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면 하라는대로 말을 참 잘도 듣는다.

 

앞서 언급한 등록금 투쟁과 선거 투표처럼 우리가 우리 일에 무관심 하면 아무도 우리의 눈치를 살피거나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일선 사범들을 대신해 발벗고 뛰어다니는 일부 사범님들을 적극 지원하고 협회가 일을 하면 적극적으로 생각과 힘을 모으며 뭉쳐야할 것이다.

 

협회는 일선 사범들이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하고 태권도장들이 회비를 내는 만큼 만사 제쳐두고 도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코로나가 저물어가는 마당에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런지 의문이지만 협회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려 했고 실제로 무었을 했으며, 무엇을 할 예정이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좀 소통했으면 좋겠다.

 

찾아가는 심사가 무슨 중요한 일이라고 그걸 가지고 몇 명을 보내니.. 영상을 촬영하니..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도장 문도 못 열고 있는 마당에 심사는 무슨... 급한 불부터 끄고 볼 일이지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가지고 도대체 왜 그걸 가지고 대책이라고 논의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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