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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부산 제1회 고품 및 고단자 승품·단 심사

by 태권마루 2009. 4. 12.

주말 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후배도 만나고 세차도 할 겸 친구와 함께 사직동으로 향했다. 사직동 아시아드 주 경기장 내에 자리한 태권도 연습장에서 4, 5단 심사가 있었기 때문에 보러 간 것이다. 친구가 이번에 4단 심사를 보려고 했다가 여의치 않아 다음번으로 미루었는데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라고 함께 간 것이다. 또 조금 알고 지내는 사범들이 심사를 본다고 해서 그들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다.

지난 심사 때 협소한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몰려 불편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번에는 4품과 4, 5단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아주 쾌적한 환경이었다.
이번 심사에는 대체로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으며, 상당수가 불합격할 듯 보였다.

동의대학교 도복을 입은 응시자들이 유독 많이 보였던 것이 특징인데, 나이 꽤 있어 보이는 분들도 동의대학교 도복을 입었던데 학점은행제로 수업을 듣는 분들인지 아니면 졸업생인지는 잘 모르겠다. 피부의 상태로 봐서는 재학생은 극히 일부인 듯했는데... ㅡㅡ; 아무튼, 부산 지역에서 동의대학교 태권도가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을 최근 들어 자주 느낀다.

아래의 동영상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교적 얼굴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것으로 선택했다. 이날 심사에서 대체적인 수준이 이러했다고 보면 무리 없을 것이다.

품새와 발차기를 평가받는 4단 응심자들
이날을 기준으로 중상 정도의 실력이 아닐까 싶다.

피도 눈물도 없다.
흡사 겨루기 경기장에 온 마냥 긴장한 탓에 과열 양상을 보인다.


겨루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던 5단 심사자

심사가 진행되기 전 부산시 협회 부회장님께서 한 말씀 하셨다.
1. 고품 및 고단자 심사는 몇 %를 정해놓고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절대평가다.
2. 심사가 어려워진 것은 6단 이상 심사자 중 부산 지역 심사자들이 가장 많이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3. 고품 및 고단자 심사가 까다롭게 바뀐 이후로는 고단자 심사에서 불합격자가 많이 줄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심사를 보지 않을 때도 4, 5단 심사가 있으면 자주 보러 다녔던 나로서는 협회가 고품 및 고단자 심사에 많은 공을 들이며 무던히도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겨루기 심사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야 한다. 고품 및 고단자 심사가 도입될 초창기에 구경하고 있는데, 키 차이가 심한 남녀 응시자가 겨루기를 하게 되었는데 힘 조절을 하지 않은 남자의 뒤차기에 여자가 배를 강하게 맞았다. (알고 보니 그 여자는 학교 후배였다는)
그리고 또 다른 남녀의 겨루기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지나치게 봐줘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원로 한 분이 옆 사람에게 저렇게 여자와 남자가 붙으면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니 공정한 심사가 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이번 심사에서도 그러한 문제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일단 남자와 여자가 겨루기를 하게 되면 중간에 심판을 보시는 분이 남자에게 뭐라고 작게 속삭인다. 아마도 힘 조절을 하고, 끊어 차주라는 주문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소극적인 겨루기를 했고, 별다른 기량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여자에게 얻어맞는 꼴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심사가 끝날 때쯤에는 겨루기 시작하자마자 남자의 안차기(안 내려차기)에 목을 맞은 여자가 쓰러져서 괴로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연히 그 두 사람의 겨루기는 거기서 중지되었다. 대략 겨루기 시작 후 10초 만에 일어난 일인데 과연 이 둘은 심사에서 어떤 점수를 받게 될까?

보통은 심사 접수순대로 번호가 정해지고 그 번호순에 따라 품새와 겨루기가 진행된다. 4, 5단 응시자는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 년에 세 차례만 심사가 있다. 응시자가 100명 정도인데 남자와 여자를 분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현장에서 바로 조절해도 10분 이내에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신청을 받을 때 남자와 여자를 분류해서 받으면 두 번 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4, 5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태권도 심사에서도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태권도 심사는 모두 인터넷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현재 국기원 홈페이지의 접수 시스템을 보완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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