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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체조를 구성하면서 지양해야할 부분...

by 태권마루 2007. 10. 28.

 

00구 태권도대회가 열린다 하여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섰다. 대학 체육관이다 보니 좁았고, 덕분에 경기장에 들어자마자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관람석 난간에는 학부모들이 사진 찍는다고 정신없고, 뒤쪽엔 어김없이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아래쪽은 밀려드는 참가자들 줄 세우고 이동시킨다고 고생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참가자들의 경기내용을 채점하고, 메달을 걸어준다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5시나 되었을까? 품새 경기가 모두 끝나고 시범경연대회가 열렸다. 당연한 건지 다른 도장들은 다 떠나고 시범에 참가하는 도장들만 남아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하루 만에 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니 주최 측도 참가자들도, 관람자들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끝까지 남아있지 않는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참가팀이 멋진 시범을 펼쳤다. 새천년 건강 체조 달랑 하나 들고나온 팀도 있고, 도대체 어떻게 연습시켰을까 싶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온 팀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시범만 보이겠지만, 난 이 한순간을 위해 지도자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에 비해 초라해 보이기는 해도 그들은 분명 자신이 지도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분명 태권도 대회인데 시범에서 왜 '새천년 건강 체조'를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팀은 작은 태극기를 들고나와서 깃발을 흔들며 음악에 맞춰 율동을 보였는데 태권도 동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지역대회(구 대회)라 하지만 이건 뭐 아이들 발표회인지 태권도 시범대회인지....

딱딱한 태권도 시범 속에서 뭔가 신나고 재미난 요소를 찾으려고 애썼던 것인가? 그렇다면 OVER가 아니겠는가.. 작은 태극기를 들고나온 팀은 다음 시범에 바빠 태극기를 내팽개쳐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아쉬웠다.

요즘 태권도장들은 태권도 외에도 음악 줄넘기나 다양한 놀이 체육 등 태권도 외적인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지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될거라 여긴다. 태권도장이지 체육학원이 아니지 않는가.... 지역 태권도대회에서 그런 것을 가지고 나온다는 것은 지도자의 생각이 짧았거나, 이런 것도 가르친다고 홍보하려는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 싶다.

태권 체조도 비슷했다. 태권 체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태권도 동작은 일부이고 춤에 가까운 율동을 태권 체조라고 선보인 팀들도 많았다. 11개 팀의 시범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태권도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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