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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장 문을 열 것인가, 계속 쉴 것인가?

by 태권마루 2020. 3. 22.

태권도장 내일부터 문을 열 것인가 계속 쉴 것인가? 전국의 사범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하자니 불안하고 안 하자니, 수입이 없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한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고 그나마 운동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 아는 것이 태권도라 태권도 사범이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고 앞으로도 장밋빛 희망도 그려지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온종일 코로나 19 소식으로 불안감을 높이고 긴급 정책들은 우리 같은 작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어제(21일, 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집단감염 위험이 큰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을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라고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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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 담화문 전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의 안위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일상이 사라지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생존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우리 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149개국에서 23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세계 각국은 서둘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집회와 종교 행사는 물론
민간영업장의 운영을 강제적으로 제한하고,
이동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확산방지 조치를 취하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앞으로 개학까지 보름이 남았습니다.
이미 세 번이나 연기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학을 추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진 댐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법입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으려면
남은 기간 확실한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미 많은 국민들께서 어려움을 감내하시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우리 종교계에서도 자발적으로 집회를 취소하고
대규모 기념행사도 연기하는 등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적극 협조해 주시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이 같은 자발적 참여로
신규 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우수한 의료체계에 대해
외국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긴장을 늦추거나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닙니다.
불씨가 남아 있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최근 일부 교회와 요양병원, 콜센터 등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계속되고, 해외로부터 유입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보름 동안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결정적 시기라는 인식 아래
몇 가지 강도 높은 조치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둘째,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습니다.

셋째,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것입니다.

넷째, 국민 여러분께서는 앞으로 보름간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생필품 구매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시고, 사적인 집단모임이나 약속, 여행은 연기하거나 취소해 주십시오.

다섯째, 발열, 인후통, 기침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재택근무를 활성화하고 부득이하게 출근했을 경우에는 거리 유지 등 필요한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고
우리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보름 동안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침착하게 준비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하던 방식을 바꾸고,
아이들이 공부하던 방식을 바꾸고,
삶의 모든 순간순간 속에서 생활방역을 실천해야 합니다.

개방과 참여, 자율과 끈기가 결국은 코로나19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미 지난 두 달간 큰 고통을 경험한 국민들께
앞으로 보름간 더 큰 희생과 불편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를 확실하게 꺾고,
우리 아이들에게 평온한 일상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와 끝까지 맞서겠습니다.

국민 모두의 하나된 마음과 행동하는 힘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동참해 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품격을 보여줍시다.

감사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담화문 끝

총리의 담화문은 강제가 아니라 강력한 권고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내리고 그마저도 어기면 시설폐쇄와 구상권 청구까지 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준수사항을 잘 지키면 행정명령을 받지 않을 것이고 뉴스에서처럼 무시무시한 제재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준수사항이란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 준수사항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01. 하루 2회 체온 등을 점검하여 대장을 작성한다.
02. 유증상 종사자가 있으면 즉시 퇴근 조치한다.
03. 출입구에서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04. 최근 2주 사이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출입 금지 조치한다.
05. 종사자와 이용자는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다.
06. 출입구 및 시설 내 각처에 손 소독제 비치
07. 참여자 간 간격 최소 1~2m 이상 유지
08. 집회 전후 또는 하루 2회 이상 소독 및 환기 실시
09. 감염관리 책임자 지정 및 출입자 명단 및 연락처 작성·관리
10. 운동복, 수건, 장비 등 공용물품 제공 금지
11. 탈의실·샤워실·대기실 소독 철저 및 적정 인원 사용 관리
12. 밀폐된 장소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한 GX(group exercise) 운동프로그램 및 강습 금지

도장이나 체육시설에서 충분히 지킬 수 있을 만한 내용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마지막 내용이다. '밀폐된 장소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한 GX(group exercise) 운동프로그램 및 강습 금지' 도장은 밀폐된 장소이고 다수를 대상으로 그룹 수업을 하니 이 내용에 정확히 들어간다. 여기서 또 중요한 단어는 '다수'가 되겠다. 어느 정도의 인원을 다수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인데, 왜 저렇게 애매한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회 통념은 5명 이상이면 다수로 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위의 내용을 준수하며 서너 명 정도의 수련생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괜찮다는 결론에 달했다.

그렇다면 그렇게라도 도장을 열어야 하는가? 무리해서 하루 10타임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많아야 40명이고 통상적으로 6타임 돌린다고 보면 25명 안팎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수업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도달한다.

내일부터 수업을 강행한다고 한다면 우리가 예상(희망)하는 4월 6일 개학과 함께 도장을 여는 것보다 2주 먼저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25명의 2주분 수업료 대략 170만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2주분 운영비를 제하고 순이익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25명이나 도장에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 모르긴 몰라도 순수익이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시국에 애들 모아놓고 수업한다고 손가락질할 것이고, 일부 학부모는 안전불감증이라며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혹여라도 감염자가 하나라도 있으면 2주 후에 도장을 연다는 실낱같은 희망조차 버려야 한다.

지금 도장을 여는 것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해득실을 차치하더라도 정부에서 학교 개학을 더 미루기 어려우니 2주만 더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마당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초반에는 교육부에서 학원에 대한 휴업 권고만 있었지만, 체육시설인 도장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쉬었는데 인제 와서 체육시설에 휴업을 권고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2주 쉰 뒤에도 더 쉬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2주 후에 도장을 열 가능성은 더 줄어들 거로 생각하고 동참하려 한다.

정부의 권고도, 협회의 권고도, 수익성 대비 위험 부담도, 투자 시간 대비 수익성도.. 조금 더 버틸 수 있다면 지금은 쉬는 것이 맞다고 본다. 4월 6일 개학이 미뤄진다면 아무래도 더는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로 이것이 더 길어질 것에 대해 대비도 해야 한다. 쉬는 동안 무기력하게 집에만 틀어박혀 나라 탓만 하고 있지 말고 4월 수업 프로그램을 재점검하고, 소수 그룹 시간표, 차량, 프로그램도 생각해 보자. 예비비를 준비하고 대출에 대한 준비도 좀 해놓고, 사범과 급여에 대해 상의도 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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