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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컬럼

태권도장에서 할 수 있는 도덕교육의 두 가지 방식

by 태권마루 2009. 9. 30.

도덕성이란 독자적인 동기에서(행위자의 자유의지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을 스스로 실천하려고 하는 내면적 성향을 뜻한다. 그리고 도덕교육은 도덕성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지 단순히 도덕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 주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즉 행위자 내면의 도덕성을 길러줄 수 있어야만 참된 의미에서 도덕교육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 나라의 각급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덕교육은 더 이상 도덕교육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덕성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는가?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여기서는 나의 생각을 두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하기로 하겠다.

우리의 아이들이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르쳐야만 하는가? 교육학적으로 말하면 교육, 특히 도덕교육은 타율에서 시작하여 자율로 나가도록 해야만 한다. 어린아이에게 자발적인 도덕적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초기에는 내면에 호소하기보다는 타율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점차 자율적으로 행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의 태권도 도장 관원들은 대개 어린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미성숙한 어린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도덕교육은 다소 강압적이고, 타율적인 성격을 띨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강압성과 타율성에 대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강압성, 타율성 하면 언어적 지시 일변도이거나 지시에 거역할 때 기합이나 매 또는 처벌 등을 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것은 타율성, 강압성에 속하지만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이러한 교육적 조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가 쉽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모방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잘못했다고 욕을 하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보다는 욕하는 법을 배운다. 미워하면 미워하는 법을 배우고, 화를 내고 소리지르면 화를 내고 소리지르는 법을 배운다. 때리면 남을 때려도 된다는 생각을 키워준다.

이와 같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도덕적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도덕성을 키워주기보다는 오히려 비교육적인 태도를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나는 이 방식을 결코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덕적 행동을 "타율적, 강제적으로" 가르칠 것인가? 긍정적인 방식이 그 답이다. 즉 사범이 먼저 도덕적 행동이 무엇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 겸손한 자세와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태도, 폭력적이 아니라 온화하고 친근한 태도,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엄격하고 내면적으로 성숙한 태도를 아이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제"해야만 한다.

사범은 아이들에게 도덕적 모범이 되어야만 하며, 직접 몸으로 도덕적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무언의 방식이 내가 말하는 "타율적, 강제적" 도덕교육이다.

이와 같이 수련생들에게 도덕적 모범을 보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범 당사자가 그리 도덕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경우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이럴 경우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연극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극이 몸에 배면 실제로 사범 자신도 도덕적 인간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동양인들의 전통적인 도덕교육방법인 수행(修行)법이다. 직접 몸으로 행동하는 법, 계속 반복하는 것, 이러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자기를 따르는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도덕적이 된다.

두 번째, 도덕성의 밑바탕은 인간애이다. 즉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왜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해야만 하는가?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사랑해야만 한다. 이것이 현대 인권개념의 근본이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에 대한 사람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것인가? 인간 모두에 대한 사랑, 너무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나에서 시작해서, 부모, 형제, 친구 등과 같은 주변인으로 사랑의 대상을 차근차근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만 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다. 먼저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교육현실은 나를 미워하도록 만든다. 말 안 듣는 놈, 공부 못하는 놈, 못난 놈........ 학교와 가정, 그 어느 곳 할 것 없이 우리는 우리의 2세들에게 늘 부정적인 자아상을 심어 줌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못난 인간으로 미워하게 만든다.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행동한다. 나도 미운데 타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태권도사범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어떻게?

자기사랑의 뿌리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에서 자기사랑이 싹튼다. 따라서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을 기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인정해 주는 것'이다.

또래집단과 사범 또는 부모의 인정이야말로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렇게 볼 때 태권도는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제공해 준다. 아이들을 둘러보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남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 남보다 힘이 세거나 빠르거나 동작이 유연하거나,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거나, 또는 옆차기를 잘하거나, 스텝이 뛰어나거나, 돌려차기를 잘 하거나, 막기 동작이 멋있거나 등등.

예외적으로 아무런 능력이 없는 아이의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사범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날 수 있음을 과시할 수 있는 상황을 잘 연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지도자의 능력이다.

출처: 대한태권도협회 송형석 /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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