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범 관리가 가장 어렵다.
자고로 사람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회사 직원이 일을 잘하면 계속해주기를 바라고 급여를 올려줘도 아깝지 않고 수입이 좋을 때는 보너스를 줄 수도 있다. 그러면 직원은 더 신이 나서 더 일을 잘하고 결국 그것은 회사에 다시 기여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하면 그 직원은 회사를 나가기가 싫을 것이다.
태권도장도 다르지 않음이다. 일하는 사범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자기계발도 꾸준히 해서 도장에 기여하고 관원이 늘어 도장의 수익이 늘어나면 자신이 받아가는 것도 늘어나고 관장은 사범이 오래 있기를 원하게 된다.
우리 도장 사범은 성실히 출근하기는 하는데 자기계발이란 것이 없다. 꽤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지만 스스로 뭔가 만들어내거나, 관련 분야를 공부하거나, 수련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동안 친한 사범들과 모임을 가지며 운동 좀 하나 싶었지만 이내 술이나 마시는 자리로 변한 모양이다.
출근하면 정해진 수련계획표대로 시키는 것만 하고 마치면 부리나케 퇴근하기 바쁘다 보니 자기 발전도 없고 그저 일하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게 권태기가 찾아오니 일은 하기 싫고 짜증은 늘고 쉬고 싶어 한다.
태권도장이 일반 회사처럼 직원이 많아 한 명 쉬더라도 어떻게든 커버가 된다면 푹 쉬고 오라고 하고 싶지만, 우리 도장의 환경을 그렇지 않다. 힘이라도 나게 월급이라도 팍팍 주면 좋겠지만, 관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은 그대로이면서 바라는 것만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2. 건물주가 가장 큰 적이다.
우스갯소리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말이 있다. 태권도장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사범 문제로도 골머리 아픈데, 이제 건물주가 나를 소환했다. 이번에는 또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지 두렵다. 도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그런 사정은 건물주와는 무관한 것이다. 말 몇 마디면 불로소득이 늘어나니 몇 년에 한 번씩 눈이 벌게서 사람 힘들게 한다.
3. 맞벌이의 어려움이 있다.
맞벌이하는 우리는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애가 아프면 비상이다. 뉴스에서나 보던 유행하는 병은 죄다 걸리는 것 같다. 차가 밀려서 차량 운행이 늦어지는 바람에 밥도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아내가 퇴근하기 전에 병원에 다녀오란다. 밥을 반 정도 먹다 병원에 다녀오니 다음 운행 갈 시간이다.
4. 총체적 난국이다.
사범이 힘들어해서 보조 사범을 하나 구한다고 비용은 추가로 들어가고 건물주는 월세를 올리려고 보자 하고, 애는 아픈데 돌봐줄 사람은 마땅치 않고, 최근 들어 관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다 때려치우고 학부모랑 애들 상대 안 하는 다른 일 하고 싶은데, 재주도 자본도 없고…
평소에는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었는데,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도 싫다. 한꺼번에 스트레스가 밀려오니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다. 사범 월급 좀 올려주고, 월세 까짓 꺼 좀 더 주고 한 달에 백만 원 적게 가져가면 되지… 싶다가도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잖아? 욕심을 조금 버리면 편안해 질 텐데 지금껏 가져가는 것보다 적게 가져가게 된다니 빼앗기는 기분 인건가?
그냥 어제처럼 모든 것이 그저 그렇게 부족하지 않게 먹고 살만큼으로 평생 가면 좋겠는데,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아서 몸도 마음도 힘들다. 맞벌이하다 보니 평소에 퇴근하면 설거지를 내가 하는데, 오늘 같은 날 집에 들어갔는데 또 설거지가 한가득하면 자면서 눈물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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