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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로 배우는 영어회화? 영어태권도?

by 태권마루 2013. 9. 30.

몇 년 전 강남을 중심으로 영어로 수업하는 예체능학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봤던 것이 아마 태글리쉬였던 것 같다. 딱 봐도 태권도와 잉글리쉬의 합성어다. 나는 영어에는 문외한이니 '대단하다.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생각만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태글리쉬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상호고 태글리쉬 가맹점은 아니지만, 영어 태권도를 지향하며 간판으로 내거는 도장도 제법 있다. 언어교육이 신체활동과 어우러지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니 영어로 태권도를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여긴다. 이에 반감을 품는 사람은 태권도 종주국이 한국이라 외국에서도 오히려 한국어를 가르치려 하고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어로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에 역행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3.09.09 mookas.com 메인페이지 캡쳐

 

2013.09.09 대한태권도협회 자유게시판 캡쳐

 

영어 태권도의 대표주자인 태글리쉬를 살펴보자. 태권도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심심치 않게 태글리쉬 지도자를 모집한다는 홍보 글을 볼 수 있다.

 

태글리쉬 자격연수 프로그램 안내표

 

33만 원을 내고 1박 2일로 진행되는 연수를 받은 후 시험에 통과하면 태글리쉬 3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말이 1박 2일 연수지 2일 차에는 시험만 치르고 1일 차 교육도 따져보면 8시간도 남짓이다. 8시간 영어로 지도하는 법 배우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니…. 나는 초·중·고·대학까지 십수 년을 공부해도 외국인 만나면 한마디도 못하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노벨상감 아닌가?

 

영어 태권도나 태글리쉬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언급하지 못하겠지만, 이것만 보면 태글리쉬 3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태글리쉬 도장을 개관해서 홍보한다면 이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야 원체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탓에 영어와 친하지 못하지만,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기초회화 정도는 하던데 학부모가 사범의 어설픈 영어를 들으면 얼마나 비웃을까? 예전에 차량운행 하면서 뒤에 타고 있던 아이들에게 '포'가 영어로 뭔지 물으니 못 알아들어서 설명해주니 '아~ 포~얼~요?' 하던 게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원어민 강사가 수업하는 곳이 많아 버터 발음이 예사롭지 않은데 어설프게 영어 태권도로 공략하다가는 망신살 뻗칠 것이 분명하다.

 

히딩크가 선수 시절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를 (감독으로는) 명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태권도를 좀 잘하지 못해도 태권도를 가르칠 수는 있다. 영어를 좀 못해도 꼬마들에게야 가르칠 순 있겠지…? 하지만 태권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권도를 가르칠 수 없듯이 영어 듣기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누구에게 말하기를 가르친단 말인가…!

 

도장에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야 영어학원보다 더 멋진 시스템이 될 수 있을 테니 영어 태권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영어회화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영어 태권도 운운하는 걸 보면 도대체 무슨 용기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돌아온 부메랑에 맞을 것을 정말 모르는 걸까? 위와 같이 단기간에 딴 자격증만 가지고 하거나 동작 몇 개 영어단어로 바꿔놓고 영어 태권도 운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건 사기니까….

 

또한, (찰나의 시간이었겠지?)'네이버 검색 1위'라고 믿지 못할 주장을 하는 '태글리쉬'는 태권도+잉글리쉬라고 말하면서 태권도 단증도 없는 사람에게 지도자 자격증을 발급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거면 그냥 잉글리쉬 자격증을 발급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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