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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회비 좀 깎아 주세요.

by 태권마루 2009. 12. 8.

사범일 때는 수련생들이 회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인수를 하고 나니 문제점이 보였다.
기존에 회비를 받는 방식이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규정 회비는 8만 원인데 일부 수련생은 어머님이 깎아 달라고 하도 졸라서 7만 원을 내고 있었고, 3품이 되면 5만 원, 4품은 아예 무료로 다니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는 관원 수가 많다 보니 이렇게 운영해도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수요자(어린이)들이 많이 줄어든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내가 주인이 되고 나서 이미 할인(?)을 받고 있던 수련생들은 어쩔 수 없고, 막 3품이 된 수련생은 규정 회비를 내도로 하고 있다.

나의 관점에서는 3, 4품은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기에 더 많이 내면 냈지, 깎아주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오래 다녀서 뭔가를 해주고 싶다면 성장해서 도복이 맞지 않을 테니 차라리 품이 올라갈 때 도복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3, 4품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회비 문제를 해결했지만, 규정 회비를 내야 함에도 어머님의 성화에 못 이겨 7만 원으로 낮춰 받았던 수련생들이다. 형편이 어려워 그랬겠지만 정상적으로 회비를 내는 수련생들과 형평성에서 맞지 않기에 해결하고 싶었는데 또 그들만 회비를 올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냥 보내고 있다.

12월 들어서며 2010년 1월부터 회비를 올린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신종플루가 극성이고, 겨울방학에는 퇴관이 많으며 새해에 들어서는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들수 있기에 시점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인근 도장들이 인상하기로 했기에 미룰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몇 명이 퇴관하더라도 인상분 때문에 전체 수익에는 타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용기(?)를 내어 안내문을 보냈고, 생각과 달리 대부분의 어머님이 반응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K양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K양은 2품으로 이미 7만 원을 내고 다니는 수련생으로 예전에는 남매가 함께 다녀 약간의 할인 혜택을 받고 다녔었고 지금은 혼자만 다니고 있다.

"사범님 이번에 회비가 오른다던데 우리는 그냥 예전처럼 내면 안 될까요?"

나름대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안 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회비 인하를 요구했다. 맞서서 계속 안 된다고 하자 그만둘 것처럼 얘기했다.

"회비 오른 지 몇 년 안 됐는데 자꾸만 오르네요. 옆에 모 도장은 회비가 올라도 기존 수련생들은 그대로 받는다던데요."

모두가 형편이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인상에 대한 반발이 있음은 당연하고 충분히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무리한(?)한 요구를 받으니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평소 설득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왔지만,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그래도요...."라고 말하는 막무가내인 어머님을 상대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기존에 왜 회비가 각자 달랐는지 이해할 만했다.

K양의 어머님과 통화를 끝내고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주변 사람들과 상담을 했다.

1. 남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2. 회비가 애들 옷 사면서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 교육비로 이러시면 곤란하다며 원천봉쇄한다.
3. 회비가 인상되는 만큼의 교육의 질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이 세 가지의 답변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위와 같은 막무가내식의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도장의 운동용품 확보 등 시설의 개선 및 보완, 수련생 수 감소, 유가 상승, 인근 도장들의 회비, 사범 고용 인건비 등 핑곗거리야 만들면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내가 회비를 인상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수익의 증대이다.
지금의 회비로는 대출금 갚기에도 벅차고 회비가 만 원 올라도 오히려 사범일 때보다 가져가는 것이 적기 때문에 힘겨운 상항이다. 물론 갚아나가는 대출금은 내 자산이 되지만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인상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아무튼, 그것은 나의 입장일 뿐, 학부모들로서 이해할만한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나름의 이유로 회비를 인상한다고는 했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에 학부모도 편치 않고, 회비 깎아달라는 전화를 받는 나도 곤혹스럽다. 어서 빨리 1월이 지나고 올라간 회비가 쉬이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인상된 회비만큼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저 남들 따라 회비를 올리는 나는 이기적이지만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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