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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나를 통해 본 태권도 연구회 모임

by 태권마루 2009. 9. 19.

태권도 지도자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증 하나로 도장 차려놓고 돈 번다고 오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현재 태권도 관련 모임을 3개 하고 있다.

A 모임
같은 도장 출신의 선후배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현직 태권도 관장, 사범도 있고 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며 2시간가량 태권도를 수련하며 각자 아는 정보와 지식을 나눈다. 모두가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친목 성향이 강하다.
오랫동안 보아온 사이들이기 때문에 서로 경조사를 잘 챙기고 내부 분열이 있을 수 없다. 40~50대 선배님들도 계셔서 무리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운동이 되지는 않지만, 관계가 깊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모임이다. 초반에는 이런 모임에 나가는 것이 참 불편했는데 이젠 제일 기다려지는 모임이 되어버렸다.

B 모임
모두 30대 초반 이하의 젊은 관장, 사범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3시간가량을 땀 흘리며 운동한다. 모두가 팔팔하기 때문에 운동 강도도 아주 높고 수련 분야도 다양하다.
태권도 기본은 물론이고, 태권 체조, 음악 줄넘기, 기계체조, 주짓수, 킥복싱 등 수련할 것이 많아 3시간을 운동하고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평소에 나는 사범으로서 참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이 모임에 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다들 젊어서 그런지 너무나 부지런하고 다재다능하다.

C 모임
원래는 지역의 관장, 사범들 모임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제는 지역적 연고를 버리고 일반적인 모임이 되었다. 이 모임 역시 B 모임과 마찬가지로 나이대가 젊은데 다들 술을 좋아해서 운동량이 적고 술 마시는 시간이 많다. 2주에 한 번꼴로 모임을 하고 있는데 한 주는 토론형식이고 한 주는 운동하는 형식이다.

나는 모임이 3개지만 모임을 하면서 만나는 다른 지도자들은 대개 훨씬 많은 모임을 한다고 한다. 모임이 10개가 넘는 분도 계실 지경이니 그런 사람들의 정보력은 모 도장의 관장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태권도 사범들은 지도자가 되고 나서도 이런 모임들을 통해 자기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말에는 각종 행사 또는 사생활을 해야 하므로 보통 평일 도장을 마치고 모이게 된다. 그러니 보통 밤 11시 넘어서 만나게 되고 열심히 땀 흘리고 정보 나누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새벽 2~3시를 넘기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런 모임들을 통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수련할 수 있으며, 계통의 인맥을 쌓을 수 있으며,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구성원 중에 타 무도를 익힌 회원이 있으면 어디 가서 배우기도 어려운 것들을 단기간에 배울 수 있기도 하다. 뭐 장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종일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나서 늦게까지 수련하다 보니 다음날 상당히 피곤해진다. 결혼했으면 아내가 늦게까지 혼자 있게 될 것이다. 모임이 많을수록 가정에 소홀해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모임마다 회비와 경조사비가 또 만만치 않다. 보통 모임마다 적게는 만 원에서 많게는 오만 원을 내는 모임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모임 3개에서 한 달 평균 오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고, 모임을 할 때마다 장소도 변경되는데 차량비와 식사비까지 생각한다면 모임 3개를 유지하는데 적어도 10만 원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경조사까지 생긴다면 안습이다.

예전에는 참~ 모임이라는 것이 싫었는데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익숙해지고 나니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B 모임과 C 모임은 태생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싫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럴 때는 내가 필요한 것만 얻으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버텨내고 있다.

모임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운동 능력이 좀 뛰어나다 싶은 사람들은 하나라도 운동을 더 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말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참 공부 안 하는 지도자들도 많이 있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관원을 모으는 것에는 다들 일등이지만 이론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고 있다. 품새 동작의 기본적인 명칭이나 원리를 모르는 경우는 허다하고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보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정보 습득의 통로가 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태권도 지도자들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더욱 나은 무언가를 지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밤낮으로 뛰고 있다. 물론 일부 지도자들은 모임에 나가 땀 흘릴 생각은 하지 않고 술자리만 즐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지도자 중에는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젊은 지도자들의 열정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이렇게 젊은 대다수의 지도자가 열심히 뛰고 있으니 도복을 벗어 던지고 양복과 츄리닝을 입는 지도자들은 틀림없이 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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