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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엉망진창

by 태권마루 2009. 7. 8.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는 퍼부었고, 우산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으로 온종일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온 힘을 다해야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순간순간 나의 처지가 떠오르며 힘이 빠져버렸다.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달렸고, 이제 해가 뜨면 다시금 결판을 지러 나설 것이다. '어찌 될까? 어찌 될까?' 너무도 막막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 해결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설레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이끌림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로또를 사놓고 당첨금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것과 진배없음이다.

이번 일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걱정해주는 이 또한 적지 않음을 확인하였기에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향해 분노가 터져나가고 있다.

자칫하면 7월을 끝으로 나는 여기서 나와야 할 것도 같다. 요즘 비정규직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마당에 나는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졸지에 실업자가 될 형편이다.

어릴 적 함께 운동했던 형님과 틈날 때마다 통화하며 고민을 나누었고, 내 상황과 심정을 잘 아는 친구와 이 새벽까지 아픔을 나누다 이제야 들어왔다. 막~ 말하고 싶었다. 오늘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나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우리 수련생들에게 너희 사범님 없어도 도장 잘 나올 거지?"라고 묻고 싶었다. 잘 아는 관장님과 사범들에게 전화해서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고 호소하고 싶었다. 사람은 어려움에 닥치면 말이 많이 하고 싶어지나 보다.

친구와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면서 마음이 조금 추슬러졌다. 곧 떠오를 하루를 위해 어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오늘 안에 잠들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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