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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 사범이 전문 직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by 태권마루 2008. 6. 16.

태권도 사범처럼 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직업이 또 있을까?

국기원에서 인정하는, 그야말로 공인 태권도 사범이 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사범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태권도 사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만 22세 이상이 되어야 하고, 태권도 4단 이상이어야 한다. 태권도 4단이 되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태권도를 수련해야 한다.

나는 태권도 5단이며, 태권도를 수련한지 20년이 넘었다. 도중에 쉬기도 했지만, 짧게 잡아도 나는 10년은 넘게 태권도를 수련했다. 없는 시간 쪼개서 태권도 심판과 생활체육 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에서는 체육을 전공해서 운동/건강 전반에 걸친 지식은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많은 태권도 지도자들이 나와 비슷하거나 보다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우리는 태권도를 지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완성되어 온 전문가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로부터 그다지 전문직 종사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전문직[專門職]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업.

사전적 의미로 해석해 보아도 그 명칭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道)'가 아닐까?

태권도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스포츠에 지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전문직으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권도는 '태권'에 앞서 '도'를 강조했던 '무도'라고 일컬어지기에 '도'를 닦지 못한 나와 같은 대부분의 태권도 사범들은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태권에서 말하는 '도'란 심오한 뜻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라 하면 무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사범들이 과연 '도'를 닦았다 할 만큼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태권'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렸지만, 그 모든 것을 완성하는 정작 중요한 '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던가? 하루가 멀다고 온갖 부조리와 일선 도장의 사고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마당에 그 누가 우리를 무도인으로 보아주겠는가 말이다.

나는 그것이 일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도인이 일부라면 일부일 것이라 여긴다.

태권도 사범은 화려한 스펙과 경험만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 그야말로 마음까지도 갈고 닦아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무도'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태권도인들끼리도 심사장이나 대회장에서 잘못된 행세를 하는 다른 지도자들을 보면 "저게 사범이야? 쯧쯧!" 하면서 혀를 차지 않는가....?

운동/신체적인 것만 본다면 우리는 분명 전문가일 것이다. 하지만 태권도가 어디 육체적 수련에만 국한된 것인가 말이다.
태권도가 성인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도자들이 모범이 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리 분별 가능한 성인들이 자신보다 정신적으로 뒤처지는 사람을 사범으로 인정할 리 만무하다.

나 역시 대부분의 태권도 사범들처럼 어린아이들을 앉혀놓고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이 "사범님 어릴 때 정말 그러했어요?", "사범님은 지금 그렇게 하고 계세요?" 하고 물어올 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한다. 우리는 사범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어쩌면 이중인격자인 것이다.

사범[師範]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이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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