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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여자 아이의 눈물은 참 견디기 힘들어~ ㅡ_ㅜ;

by 태권마루 2008. 4. 20.

어떤 도장은 2달 전부터도 준비한다지만 나는 보통 5주 전부터 심사 연습을 시킨다. 평소에 품새 수업이 있는 날에 빨간 띠들을 바짝 쪼으기 때문에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물론 마음에 쏙 들 만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5년을 시킨다 한들 지도하는 사람의 마음에 쏙 들겠는가.. 집중 연습 기간이 길어지면 배우는 입장에서도 지칠 것이기에 나는 대략 4~5주 전부터 시키고 있다.

황금 같은 화창한 봄날의 토요일, 다음 주에 있을 승품·단 심사에 대비하기 위해 어김없이 주말 수업을 했다. 심사까지 한 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버벅거리는 5학년 K양.. 내가 A 도장에 부임하고 처음으로 받은 수련생이다. 그래서 남다른 애착이 있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무척 밝아서 언제나 웃는 모습이고 말도 잘 듣는 데다가 운동신경도 좋아서 더욱 애착을 가지는 녀석이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품새를 좀 못하고 배우는 속도가 약간 더디다는 것이다. 운동신경에 비해서 이해력이나 기억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더 있다가 1품 심사에 보내고 싶은데 녀석보다 늦게 들어온 1, 2학년 아이들이 품 띠를 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호되게 가르치겠다 마음먹고 이번에 심사자로 분류해서 가르치고 있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수업 시간을 꼽으라면 대다수는 품새를 선택할 것이다. 더욱이 이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친절하게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어도 수없이 반복되는 가르침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클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절대다수의 나와 같은 사범들은 참 애를 먹기 일쑤다. 인내심이 극에 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크~

아무튼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K가 작은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하여 오늘 소리를 좀 질렀다. 평소에 남달리 잘해주다 보니 호통치는 내가 좀 무서웠나 보다. 수업이 마칠 무렵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20분을 내리 울어버렸다.
안아주며 달래도 보고, 눈물이 노력을 대신해주진 않는다며 타일러도 보고, 5학년이나 되어서 울기나 하냐며 화내기도 해보았지만, 암반수 터지듯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도장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이 우는 것을 흔히 접하고, 달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이 우는 것은 정말이지 질색이다. 왜냐하면, 나는 여자가 울 때 달래는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해도... 따뜻하게 감싸줘도 모두가 허사였다. 경험에 의하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울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나 할까..... ㅡ,.ㅡ; 일단 울기 시작하면 나로서는 방도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범이라는 위치를 막론하고 잘못이 있다면 진지하게 사과하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진지하게 들어주고 감싸준다면 지금은 울고불고 말도 안 통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연애를 할 때 여자를 울려도 어찌할 바 몰랐지만, 사범이 되어서 여자아이가 울어도 대처할 줄 모르는 어설픈 사범이다. 남자들이야 남자는 그딴 걸로 울면 안 된다 하면 되지만 여자들은.... -_-;
참 여자들은 알다가도 모를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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