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구석외침

내빈 소개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가...

by 태권마루 2007. 1. 11.

얼마 전 O 구청장기 시합에 다녀왔다. 세컨 본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느라 종일 진땀뺐다. 구청장기 시합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대회지만 지역에 좋은 홍보가 될 수도 있고, 경쟁 도장과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대회 규모에 비해 각 도장마다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준비해왔고, 다들 이날 하루를 위해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처음 출전한 녀석들이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기도 했고, 우려했던 중등부 녀석들의 부진한 성적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아쉬움은 없다.

이런 대회나 승품·단 심사에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기다림이 사람을 참~ 지치게 만든다. 승품·단 심사는 단 5분여간 심사를 받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런 작은 대회는 거의 온종일 기다려야 한다. 결승에 올라가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종일 대기해야 한다. 진행도 수시로 바뀌고...

요즘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도장이 정해진 도착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다. 그러자 이제는 주최 측에서 개회식을 아예 대회 중반쯤에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개회식은 참 지루하다. 지역이나 협회에서 한자리하시는 분들 모셔다가 일일이 소개한다. 거기에 참가한 선수들이나 학부모님들은 그런 분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어서 빨리 내 아이의 경기가 진행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처음에는 박수 소리도 크고 관심도 좀 있지만, 뒤로 갈수록 관심과 박수는 사라진다. 너무 오래 끈다고 여기저기서 웅성대기도 한다. 하지만 주최 측은 언제나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신 분들 소개하기에 여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모신 바쁘신 분들은 개회식이 끝나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형식에 치우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높은 분들끼리 식사를 하시러 가는지 또 다른 곳에 얼굴 내밀고 인사하러 다니시는지 나는 모른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해오며 그런 모습들을 쭉~ 봐왔던 나는 사범의 입장에 선 지금까지도 달라지지 않는 한결같은 그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내빈[來賓]
[명사]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고 온 사람. ‘손님’, ‘초대 손님’으로 순화.

초대받고 온 손님들.. 아마도 개회식에만 초대받았나 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