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의 비애, 태권도장과 결혼 :: 2009/05/23 13:00/사범일지
10년을 만나 온 여자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직업이 태권도 사범이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대기업 사원과 같은 빵빵한 직장은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걸어온 길인데 직업적 비애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니 이 역시 직업적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난 현재의 직장(도장)에서의 대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먼저 하고, 둘이 열심히 벌어서 도장을 인수받아 잘 키워나가 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 부모님은 결혼은 급한 것이 아니니 도장을 먼저 차려서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할 것이 뻔한 놈에게 딸을 주기 싫어하는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나이는 서른을 넘겼고, 10년을 넘게 만나 왔으니 예상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막막하다. 둘이서 많이 고민한 끝에 도장을 먼저 개관하기로 했다. 부끄럽지만 내가 모아놓은 돈으로는 어림도 없기에 여자친구가 상당한 금액을 도와주기로 했다. 내년 초까지 6~7천만 원을 모아 그에 걸맞은 도장을 인수해 볼 요량이다. 조만간 관장님께 내년 초쯤에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부산, 경남지역에 괜찮은 자리를 알아보러 다녀야겠다. 내가 현재의 도장을 나오는 시기에 괜찮은 도장이 매물로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부산, 경남지역은 도장이 거의 포화상태라 쉽지 않을 것 같다. 신규로 하자니 돈도 많이 들고, 나와 여자친구가 몇 년을 모은 전 재산을 걸고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적당한 인원이 있는 도장을 인수받아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 끌어올리는 수밖에…. 얼마 전 태권도 사범이라 상대 측에서 결혼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을 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님을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명의 사범이 만들어지기까지 여타의 직업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사회적으로 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범들의 인식과 사범을 고용하는 관장들의 인식에서부터 잘못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풀기 어려운 오래되어 곪은 숙제가 아닌가 싶다. 태권도 사범으로 죽으라 일해서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으면 어렵게 어렵게 도장은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범은 결혼과 도장 개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고민 끝에 결혼을 먼저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나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나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깝다. '사범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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