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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by 태권마루 2008. 5. 29.

아침 8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잠결에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년 넘게 운영해 온 홈페이지가 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나를 쭉~ 지켜봐 오셨다며 전화하신 이유를 말씀하셨다.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파트 밀집 지역 모 초등학교 앞에 건물을 신축하여 6월에 개업한다고 했다. 건물의 8층에 태권도장을 개관하고 싶은데 맡아서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평소라면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 정신이 확~ 깨는 소리였다. 내년에 결혼을 생각 중인데 결혼자금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내 도장은 언제 차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연연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한 줄기… 아니, 백만 줄기의 빛과도 같은 소리였다.

인테리어와 모든 준비를 해줄 테니 맡아서 운영해보라는 소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기에 사실 지금까지도 크게 믿음을 가지지는 않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으니 일단 만나는 보고 싶다. 그때 가서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해도 되는 것이다.

물론 새로 개관하는 만큼 수련생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학원 건물이고 전화해 주신 분이 학원장이신 만큼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더욱이 인구밀도가 꽤 높은듯하니 어쩌면 예상외로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나는 B 도장에 온 지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관장님이 A 도장에서 나를 데려오실 때 3년은 내다보고 그리하셨을 것이다. 이렇게 배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욕심은 나지만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꼭 무슨 피해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든다. 한 통의 전화가 당분간 나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나는 끝끝내 지금의 아이들과 떨어지지 않을지 사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꿀 발림에 흥분하는 내 모습에서 참 많은 감정과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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