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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승품·단 심사, 국기원 연수 등 실기 점수를 즉시 표출하라!

by 태권마루 2015. 4. 29.

요즘 정치자금 비리, 방산비리 등 온 나라가 비리로 떠들썩하다. 우리 태권도계 역시 비리나 부조리 등 정치권 못지않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곳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2년 전 5월 전국체전 대표 선발전에서 태권도 관장인 한 선수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후에 협회 간부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 일반인들까지 비리로 얼룩진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며 공분을 샀다.

 

이것은 항간에 드러난 단편적이 사건일 뿐이고 태권도 사범이라면 태권도대회장은 물론 심사장까지도 이미 지저분하게 얼룩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구·군 협회장(지회장) 선거도 나눠 먹기나 압력, 부정이 판을 치는데 협회나 국기원의 요직은 오죽하겠는가….

 

국기원이나 대한태권도협회의 내용은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라 다룰 수 없지만, 간간이 태권도 언론 기사로 접하는 내용을 보면 정치판과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하겠다. 자료를 스크랩하여 언젠가는 깊게 파고들어 보고 싶다.

 

부조리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협회의 임원이나 요직의 관리들이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1. 승품·단 심사에 불합격자 하는 불합격 요인과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

 

1년을 넘게 도장에서 수련해서 5분 만에 심사가 끝났는데, 불합격했다. 지도한 사범은 학부모에게 자신의 주관을 보태어 구구절절 설명하겠지만, 불합격한 이유를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이것을 알려면 지역 협회에 전화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이것이 녹록지가 않다. 사범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련생이나 학부모는 그저 사범의 말만 듣고 불합격이니 다시 심사 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승품·단 심사에 불합격 인원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공개하는 일이 크게 힘든 것은 아니다. 설령 많다 하더라도 비용을 받고 심사를 운영한 협회는 불합격자가 무슨 과목에서 몇 점으로 불합격하게 되었는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채점한 심사위원의 이름도 함께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장난을 치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A 구 협회장이 운영하는 도장 근처에 있는 B 도장 관원 수십 명이 승품·단 심사에 한꺼번에 불합격했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나돌고 있다.

 

2. 합격과 불합격은 즉시 표출 하도록 한다.

 

겨루기에 전자호구가 도입된 지도 오래고 전광판만 봐도 어떤 심판이 언제 득점을 누르는지도 알 수가 있다. 품새 경기에서도 어떤 심판이 어느 순간에 감점을 주는지 모두 분석 가능하여 마음만 먹으면 자질이 부족한 심판을 가려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태권도 수련생이 참가하는 승품·단 심사는 별다른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심사위원은 종이에 끄적거리고 이것을 다시 조합해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려내는 데까지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조합하는 과정에 실수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한 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결국,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소수의 심사위원이 다수의 응시생을 채점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이것은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노트북에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심사채점 기계를 만들어도 될 것이고 계속해서 종이로 채점하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심사장에서 즉시즉시 점수를 조합해서 발표하는 조직을 결성하면 된다. 더 많은 기준을 보고 더 복잡하게 평가해야 하는 품새경기조차 즉시 표출하는 마당에 눈대중으로 대략 채점하는 승품·단 심사야 마음먹기 나름이다.

 

대체 왜 만들었음?

얼마 전 대한태권도협회에서 협회 등록도장에 배부하겠다며 스티커를 제작한 모양이다. 신학기가 되면 시도협회나 구군 협회에서 지원금이나 단체 홍보물을 제작한다. 그거 1년만 아껴도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승품·단 심사의 결과가 그 자리에서 즉시 표출되면 당일 마지막에 다른 코트에서 재응시할 기회도 줄 수 있고 진정 실력이 부족한 수련생은 다시금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될 테니 모두(수련생, 지도자, 학부모)가 수긍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품·단 심사 심사위원이 느끼는 부담도 있겠지만, 자신이 평가한 점수에 대해 떳떳할 수 없다면 승품·단 심사위원 옷을 벗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3. 국기원의 각종 자격 연수 역시 불합격자는 점수를 공개되고 합격 여부가 즉시 표출되어야 한다.

 

불합리한(?) 평가를 받는 것은 태권도 수련생만이 아니다. 태권도 사범 연수, 겨루기 심판, 품새 심판, 승품·단 심사 심사위원 등 태권도 지도자들 또한 각종 자격 연수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연수가 거의 서울 국기원에서 진행되었지만, 요즘은 무주에 있는 태권도원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연수가 대부분 평일에 있어 도장 수업에 며칠을 빠져야 하고 멀리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연수를 받기 위해서는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내야 한다.

 

지역 협회에서 한 자리씩 하는 분들이나 나이 지긋하신 관장님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나 사범에게 맡기고 계셨을 테니 큰 어려움 없을지 모르나 젊은 관장들은 혼자 운영하거나 사범 한두 명 쓰기 때문에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쉽사리 연수에 참여할 수가 없다.

 

연수는 보통 2박 3일 ~ 4박 5일이다. 짧다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어렵게 시간을 낸 것을 고려하면 불합격의 정확한 요인이나 누구로부터 어떤 평가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참 답답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필기는 그나마 OMR로 처리된다고는 하지만, 실기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모 연수에서 떨어져 재응시를 보고 온 지인의 말을 빌리면 자기보다 훨씬 못하고 심지어 동작을 틀리기까지 한 다른 응시생들이 합격했다고 한다. 확인하지 못했으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 실제로 주위를 살펴봐도 형편없는 실력으로도 합격하고 제법 잘함에도 불합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긍 되는 얘기였다.

 

요즘은 실기도 컴퓨터로 채점한다고 하던데 그 자리에서 점수를 조합하도록 해서 모니터만 하나 더 놓으면 표출되고 그러면 평가위원들도 더 공정하게 채점하고 어렵게 연수에 참가한 사람도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확인이 가능할 텐데 말이다. 이 역시 실기 불합격자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고 재응시할 수 있게 하면 어렵게 시간 낸 사람들이 그나마 덜 허탈해하지 않을까 싶다.

 

비디오 방에서 무슨 영화 보고 나왔는지 알지 못하는 것은 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유리를 막지 않고 투명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놓는다면 물론 그래도 뭘 봤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영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나오지 않을까?

 

세월호의 억울한 영혼이 떠도는 것은 원칙을 무시한 사람들, 봐주기식 시스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 때문이다. 좀 불편해질지는 모르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투명하게 속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마땅히 그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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