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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 관장님은 운전 기사!

by 태권마루 2013. 3. 25.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도장 부근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무술 도장들이 아침에 수련생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감정은 배신감과 태권도의 현실에 대한 개탄스러운 마음이었다. 알아보니 지긋한 나이에도 늘 도복을 입고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시는 정통(?)성을 지킬 것만 같은 관장님은 이미 일대에서 가장 먼저 아침 운행을 하셨다 하고 나머지 도장들은 망설이며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새로운 도장이 하나 들어서면서 아침 운행을 했던 것이 불씨가 되어 전체가 그리되었던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누군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초창기에는 차별성으로 인지도를 넓혀 소고기 묵었겠지? 하지만 남들이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차별성을 두어야 하는데 누구 할 수 있는 것으로 차별성을 두려 하는 것은 오판이 아닐까? 금세 너도나도 뛰어들어 차별성은 없어지고 그냥 힘든 업무 하나만 더 늘린 꼴이 되는 것이다. 끝내는 회의를 통해 아침 운행을 하지

않기로 맞추고 학부모로부터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다 일부에서 슬그머니 시작하면 다시 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도대체 태권도장에서 아이들 등교를 왜 시켜주고 있는 것일까?

 

세상이 흉흉해서? 맞벌이 부모가 바쁘니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저학년이면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익숙해지면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 어디를 봐도 태권도장에서 할만한 업무는 아닌데 말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부모들이 모여 봉고차라도 부를 텐데 말이다.

 

참 우스운 것은 이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처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그래놓고 그러한 현실에 또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 도장들이 모두 하니까 나만 하지 않으면 도장에 타격이 크니 철학이고 뭐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저 현실을 개탄하고 있을 수밖에…. 이럴 때는 협회 차원에서라도 좀 나서서 말려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그만하고 싶어도 명분이 없어 그만하지 못하는 도장도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나중에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지나 않을까?

 

"태권도를 하면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어요. 태권도 6단의 경호원 보다 강한 관장님이 아침에는 학교까지 데려다 주시고 오후에 학교 마치고 데리러 오시고 저녁에 학원 마치고 태권도 마치면 집 앞까지 또 태워주시니까 나쁜 놈들이 가까이 올 틈이 없어요."

 

의사와 약사 집단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한 치열한 경쟁 속에 있지만, 정부 정책이나 기타 자신들의 이익과 반한 것이 있다면 정말 하나로 똘똘 뭉쳐 그것을 지켜내는 결집력을 보여주고 끝내는 승리한다.

 

우리 태권도 사범들은 국기원, 대태협, 방과후학교, 대기업 진출 등 자신들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그저 걱정만 하고 있을 뿐, 오로지 눈앞에 있는 적을 죽이기 위해 현수막으로 온 동네와 차를 뒤덮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아니 어쩌면 하지 말아야 하는 마케팅으로 눈앞에 어린이 하나 더 모으기에 급급하다. 나는 아침 차량 운행 또한 그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이라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우리 스스로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을 온 도장들이 나서서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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