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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심사에 자꾸 떨어져서 못 보내겠어요

by 태권마루 2010. 9. 1.

우리 도장 승급심사 합격률은 85% 정도다. 보통 한 번 불합격을 받은 수련생은 다음에 불합격을 또 받는 경우가 많다. 운동 기능이 떨어지거나, 습관적으로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4~5번씩 연속으로 불합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우리 도장에서 퇴관 사유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승급심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조금만 더 유들유들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10명의 수련생은 더 있었을 것이다.

자기 아이가 자꾸만 심사에 떨어진다고 어제 두 명이 그만뒀다. 두 아이의 부모님이 친분이 두터운데 공교롭게도 두 아이 모두 이해력 등이 떨어져 심사에 늘 부족함이 많았다. 부족하면 떨어져서 다시 배워 보충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도 많지만, 또 그만큼 많은 부모들은 그에 따른 불만이 쌓인다.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태권도 사범이 된 후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딱딱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라지만, 아직은 부러지지 않을 만큼 더 강해져서 원칙을 고수하고 싶다. 그 두 명에 이어 또 친분이 있는 어머님의 아이들이 그만둘 것 같은 분위기다. 그들은 형제니 이번 심사를 통해 어쩌면 총 4명이 퇴관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방학과 방학 전후로 입관이 많아 한참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심사에 통과한다 해서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하고 합격 시켜 줄까? 채점을 하며 1~2점 차이로 심사에 불합격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하지만, 1점 차이라도 정해놓은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합격 기준점수를 만든 의미가 없지 않은가?

오늘도 고민은 끝낼 수 없고 앞으로 또 얼마나 이것으로 고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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