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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by 태권마루 2009. 8. 5.

휴가 마지막 날까지 도장에서 자정을 넘겼다. 그래도 때맞춰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다행이다. 지금 도장 밖에는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개가 가득 차 있다. 수거해간 것까지 합한다면 쓰레기 버리는 데만도 거의 5만 원이나 나갔다고 봐야 한다.

전날 늦게 잔 탓에 역시나 늦잠을 자 버렸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엄마는 먼저 도장에 나가셨다. 도장에 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사람 불러서 탈의실에 장판만 좀 깔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도장 입구와 사물함까지 손봐달라고 했고, 그 대가로 60만 원을 줬단다. 느지막이 일어나 도장에 가보니 입구 바닥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장판은 괜찮게 깔려 있었다. 사물함은 아예 손대지도 않았다.

고작 그 정도 해놓고 60만 원이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이런 거 해놓고 60만 원을 줬냐고... 얼마 되지도 않는 공간, 장판값이라고 해봐야 5만 원 안팎일 것이고 입구에 바른 페인트는 1만 원이면 충분한 양이었다. 기술자가 시공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많아 봐야 20만 원이면 충분한 것을 60만 원을 줬다니 미칠 지경이었다.

너무너무 화가 나서 업자에게 가서 돈 내놓으라고 따지며 잘 모르는 어머니 속여서 돈 벌어 처먹으니 좋으냐고 욕을 왕창 퍼부어주러 가려고 했지만 잠시 후 마음을 접었다.

엄마는 아침에, 와서 보라고 일어나라며 했는데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60만 원짜린데 내 돈으로 해준다."며 인심을 쓰셨다.
엄마가 밖에 나가 꼬박 20일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아들이 시작하는 도장에 선뜻 써주신 것인데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게 돈을 주었느냐며 평소에 보기 어려울 만큼 화를 내버렸다.
옆에 친구가 있었는데, 어머니 무안하게 왜 그러냐고 나무랐다. 어머니가 두어 달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허무하게 써버린 것이 가슴 아팠고 돈에 눈멀어 잘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폭리를 취해 먹은 사람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그랬다.

평소에 백 원짜리 하나도 벌벌 떨던 어머니가 그렇게 큰돈을 선뜻 써주셨는데 타산만 생각해서 화만 냈던 것이 죄송스럽다. 억울하지만 어머니의 정성이라 여기고 참고 넘어가련다.

이번에 힘들게 도장을 인수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친구가 세상에 믿을 건 부모·형제밖에 없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을 나는 이번에 절실히 실감했다. 오늘 집에 들어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서 이 노래가 생각났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 누나야~! 내가 잠을 안 자서라도 꼭 성공해서 보답할께...."
단 한 번의 거리낌도 없이 큰돈을 빌려다 준 누나와 늘 큰소리치며 화내는 아들을 위해 새벽 일찍부터 나가 고생고생해서 번 돈을 선뜻 내어 주신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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