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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나의 첫 시범 작품으로 보람을....

by 태권마루 2008. 11. 24.

얼마 전 인근 초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예회가 열리는데 우리 도장에 다니는 1학년들이 많으니 그 아이들만 모아서 태권도 시범을 해달란다. 1학년 어머님들이 많이 보시니 홍보도 되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도 된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주어진 시간은 보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무조건 부딪혔다. 처음엔 '기본동작+품새+태권 체조+격파'를 구상했으나 시간을 그렇게 안 준다고 해서 '태권 체조+격파'로 가닥을 잡았다.
수련계획표에 2주간은 태권 체조를 몸풀기에 넣었고 수업 시간 틈틈이 개인격파를 연습시켰다. 주말에는 합동 연습을 했다.
1학년들이고 수련 기간이 짧은 아이들이 많아서 꽤 고생했지만, 일요일까지도 연습했더니 그럭저럭 잘해주었다.

10명의 아이들에게 참 많이도 소리 지르고 함께 애쓰며 준비했다. 어머님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내주시고 간식 보내주셨다.

많은 내용을 준비하고 연습하다가도 잘 안 되는 부분을 수시로 변경했고, 학예회에는 내가 직접 함께할 수 없으니 인사부터 마무리까지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써야 했다. 경험이 없는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은 일이었다.

학예회가 있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학부모 만날 것을 고려해 외모에 신경을 좀 쓰고 카메라를 들고 학교로 나섰다. 평소보다 좋은 호흡으로 경쾌한 태권 체조를 끝내고 긴장감 흐르는 음악과 함께 격파가 이어졌다. 미처 격파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웃음을 주며 분위기를 좋게 이끌었다. 송판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갈 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감이 붙었으며 보는 이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생각보다 잘해준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우리 수련생들 차례가 끝나고 강당을 나설 때 너무 잘한다는 어머님들의 얘기가 들려왔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딸이 저렇게 변해 있을 줄 몰랐다며 소름 끼쳤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에 차량 운행한다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태우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1학년 어머님 몇 분이 오셨다. 일요일도 쉬지 않고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갑자기 봉투를 건네오셨다. 어머님들끼리 모았단다. 안을 보지는 못했지만 딱 만져봐도 꽤 두툼했다.
차에서 내려 봉투를 건네고 도망가려는 어머님에게 돌려드렸다. 나 또한 당황스러워 돌려드리는데 실수로 준 사람이 민망할 지경으로 강력하게 돌려드렸다. 서운하셨을까 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미안하다고 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어머님이 얼마나 화끈거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장에 돌아오니 내 00 000를 물어보고 가셨단다. 아무래도 선물로라도 주시려나 보다. 돈이든 선물이든 왜 받는 걸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작은 것을 탐하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법! 난 정말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몰래 물어보고 간 것을 알아서 선물을 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는 성의도 있으니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받아야겠다. ㅡ,.ㅡ; 그냥 돈으로 받아서 어머님들과 식사라도 할 걸 그랬다. 그땐 그게 왜 생각나지 않았는지..

아무튼 고생했지만 그만큼 즐거운 학예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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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 구상했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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