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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오늘 조금 힘 빠지는 날~

by 태권마루 2008. 10. 18.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면 완벽한 삶이 아니겠는가…? 나는 역시 완벽과는 거리가 멀기에 어제 하루가 좀 힘겨웠다.

두 달에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주제 수업! 9~10월의 주제는 호신술이라 어제 하루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지도했다.
아이들이 다 그렇듯 집중도 잘 안 되고 가르쳐줘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엉뚱한 동작을 하기 일쑤였다. 효과적으로 손목을 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영~ 안되길래 일일이 아이들을 손목을 꺾으며 가르쳤다. 물론 힘 조절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도 하는 것이다. 그러다 평소 가장 아끼는 L을 지도하는데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수업 마치고 차에 태워 내리기 전에 "사범님이 힘 조절을 잘 못 했었나 보다 미안하다 다음부턴 좀 살살할게"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좀 서운했다. 울면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었다. 사랑스러워서 평소에 너무너무 아끼는데 내 진심을 모르고 그렇게 바라보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집에 가서 울지나 않았을지.. 차에서 내릴 때 동생과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은 놓였지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 부 수업! 요즘 중·고·일반부가 부쩍 많아졌다. 예전에는 시험 기간이면 3명이 수업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없어도 10명은 되고 한 20명 정도가 함께 땀 흘리니 도장이 꽉 차는 듯하여 가르칠 맛이 난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의 강약을 잘 조절하면서 수업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오랜만에 경기 겨루기 수업을 했다. 초등부 수련생은 겨루기를 못 해서 안달인데 중·고·일반부는 겨루기 수업을 한다면 "아~~" 소리부터 나온다. 물론 잘하는 수련생들은 반가워하지만, 대부분은 맞는 것에 대한, 누군가와 맞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유단자들은 모든 보호구를 착용하고 경기겨루기를 했다. 농땡이 부리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다들 열심히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유급자들은 유품자들의 몸통보호대를 차는 훈련을 하며 발차기 수업과 함께 발에 감각을 익히는 수업을 했다. 그리고 유단자들의 겨루기 수업이 모두 끝나고 겨루기 연습을 조금 했다. 내가 직접 몸통보호대와 팔에 여러 개의 보호대를 착용하고 피하기도하고 많이 맞아주기도 하면서 체험을 해보는 수업이다.

그 과정에 6학년짜리 여학생과 상대해 주면서 하도 공격이 없길래 장난으로 허벅지 쪽을 살짝 찼다. 그런데 울기 시작했다. 원래 그쪽 부위를 다쳐 멍이 있었단다. 수업 마치고 나에게 오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프다고 했는데 왜 찼냐고 매섭게 따졌다. 겨루기에 집중한다고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겨루기가 상대와 싸우는 수련이다 보니 실수로 그런 곳에 맞을 수도 있는데 그것으로 사범님에게 달려든다고 주의도 줬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또 한층 무거워졌다.

수업이 마치기 전에 2:2 겨루기도 했다. 한 녀석이 겨루기 도중 갑자기 팔을 부여잡았다. 깜빡하고 팔꿈치에 보호대를 하지 않았단다. 내일 농구 시합이 있는데 팔을 다쳐 못 하게 됐다며 혼자서 "아~ 오늘 안 오려고 했는데…." 이런다. 평소 같았으면 크게 뭐라 했겠지만, 하루 내내 마음이 안 좋아 못 들은 척 그냥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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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련생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다양한 체험학습을 다닌다. 행여나 부모들에게 부담될까 봐 될 수 있으면 돈도 적게 들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고 나름대로 고심이다. 그렇게 보통의 토요일은 수련생들과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물론 10원 한 푼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범인 내 사비를 털면 털었지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도 그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혀 모른다. 온갖 체험에 빠짐없이 다녔던 수련생의 학부모가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둔다고 했단다. 그 소리를 들으니 왜 그렇게 얄미운지 학교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다며 수영 배우러 간단다. 태권도에 1년 넘게 다녔는데 체중이 줄지 않으니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내 진작에 비만 수련생들의 체중감량을 위해 학부모들에게 집에서의 생활(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집어 주려고 했는데 미뤘던 것이 화근이면 화근일 것이다. 아무튼, 얄미운 건 얄미운 것이다.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오며 아이들이 날 사랑할까? 나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사범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따뜻한 사범님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그런 면에서 좀 안일했던 것 같다. 내가 받았던 서운함을 내 제자들과 학부모들은 나보다 더 많이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야 함을 느낀다.

서운한 하루였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나는 오늘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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