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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대회... 변해야 한다!

by 태권마루 2008. 8. 18.

얼마전 일반도장의 수련생들이 참가하는 작은 규모의 태권도대회장을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도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저곳 대회장을 많이 찾았다. 대회장은 늘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기에 겨울에는 추운지도 몰랐는데, 여름에는 정말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날 찾은 체육관은 무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냉방이 전혀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 작은 대회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음에도 날씨가 워낙에 더웠고 경기장이 작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얼핏 듣기로 이 체육관은 원래 냉방이 안된다나 뭐라나.. 그렇다면 주최 측은 무슨 생각으로 많은 체육관 중 이곳을 선택했을까? 저렴하기 때문인가? 아무튼, 자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온 부모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부채질을 해댔다.

이쪽저쪽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구경하는데 에어컨도 안 틀어주면서 뭐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하냐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전 9시에 도착했는데 오후 2시가 넘어서도 자녀가 경기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중도 지치고 대기하는 선수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11시쯤 되었을까 개회식이 열렸다. 요즘은 기다림을 줄이기 위해 늦게 도착하는 팀들이 많아 개회식들이 늦게 치러지는 경향이 있다. 개회식은 무려 30분 가량이나 계속되었다.
썰렁했던 VIP석은 언제 왔는지 지역 원로와 협회 인사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개회식 시간에 맞춰와서 인사만 하고 사라지는, 개회식에만 초대받은 사람들..!
경기의 주체인 선수들과 심판, 운영진, 학부모들은 종일 경기장에서 힘겹게 기다리며 땀 흘리는데 그들은 뒤늦게 와서 이 사람 저 사람 한자리하는 사람들 소개하고 연설하는 데만 30분이 걸린 것이다. 거기다 대고 누가 박수를 쳐주겠는가.. 관람석에 앉은 학부모들의 수군거림은 경기장에 있는 내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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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기다림에 지쳐가는데 개회식 한다고 경기 중단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의전실에서 시원하게....

 

그렇게 사람들 진을 빼고 나서 그들은 곧장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고 있을 의전실로 향했고, 식사하러 가자며 나섰다. VIP석은 금세 비어버렸다. VIP석이 바깥 통로 바로 앞에 있어 그나마 통풍이 잘되는 자리라 초대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는 학부모와 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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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자리를 차지한 VIP석

 

형식적인 개회식은 사라져야 한다. 관중이나 참여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대회 시작 전에 열려야 할 개회식이 어정쩡하게 치러지고 있다.

심판들의 휴식과 시상에도 문제가 있다. 심판들도 사람이기에 그 많은 경기를 쉬지 않고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휴식이 꼭 필요하다. 다만 심판들이 자리를 비우는 빈도가 많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대회에서는 세 코트에 각 3명씩 총 9명의 협회 상임 심판이 위촉되었다.
참가 선수는 많고 코트는 세 개뿐이니 심판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 동안 안 그래도 더위에 지친 많은 사람이 더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큰 대회가 아니다 보니 재정적 부담으로 심판을 충분히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이 세 명만 더 있었더라도 충분히 빈 코트 없이 운영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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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으려고 수십 분을 기다리는 참가 학생들....


시상대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높으신 분들이 의전실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맞으며 떠들고 있는 사이 선수들은 순위가 매겨지고 시상대 앞에 메달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 수십 명이 모이면 그때서야 말끔하게 나와 사진 한 방씩 같이 찍어주고 다시 들어간다.
경기에 지친 어린아이들, 힘들게 경기를 마친 자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부모들.. 1시간가량 앉아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운이 나쁜 경우 오전에 1등 해서 메달 받는다고 기다리다 시간 다 보내고 올라와 쉴 틈도 없이 다른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경기 또한 대기한다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결국 메달은 목에 걸어도 그 날 하루 밥도 못 먹고 종일 기다리다 지치는 짜증스러운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시상을 몇 명이 돌아가면서 바로바로 해주던가 아니면 각 도장으로 보내서 기다리지 않게끔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시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아닌 만큼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열악한 대회라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즐겁고 열기 넘쳐야 하는 대회가 기다림과 지침으로 짜증이 넘치는 대회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어느 한 부모가 에어컨 안 트냐고 하길래 보통 이런 시설에 에어컨 돌리려면 시간당 100만 원은 줘야 할 거라 했더니 그 부모가 말 했다. "참가비 만원씩 만 더 냈어도 충분히 돌리겠다."
단순히 내뱉는 말 같지만, 그 말속에 태권도대회 운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것이다. 고객(학부모, 수련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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