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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태권도 승단심사(승품심사) 비용 과연 거품인가?

by 태권마루 2008. 5. 25.

얼마 전(2008년 1월 25일)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 "태권도 승품 심사비 왜 이렇게 비싼가?" 편을 방영했다. 당시 방송을 두고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은 태권도장의 운영실태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고, 또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보였다.

나는 참 혼란스러웠다. 소비자(수련생과 학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폭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엄연한 사업장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도장의 처지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유 있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현재 승품·단 심사비는 지방마다 다르고, 같은 지방이라 하더라도 또 구·군별로도 다르다. 쉽게 말해 도장마다 다르다. 여기서는 우리 도장을 중심으로 허심탄회하게 말해보고자 한다. 같은 시·도라도 동네/도장마다 틀리지만, 대체적인 수치라 여긴다.

A 도장의 승품 심사비 (2008년 5월 기준)

  1품 2품 3품 4품
심사비 110,000 130,000 150,000 170,000
수수료 31,000 34,000 40,000 49,000
도장수입 79,000 96,000 110,000 121,000


태권도로 먹고사는 내가 봐도 상당한 폭리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그렇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 필요가 있다.

태권도 승품·단 심사 업무 및 품증과 단증의 발행은 기본적으로 국기원에서 관장하고 있다. 1품~4품, 1단~5단까지의 심사업무는 대한태권도협회에 위임되어 있고,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를 다시 각시.도 협회로 위임해 놓았다.

그렇다 보니 수수료는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시·도협회의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받는 수수료는 일정한 데 비해 시·도협회마다 비용이 틀리다는 점이 방송에서 지적됐다. 시·도의 경제적 차이가 있기에 비용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단증은 일종의 공인된 증서로 볼 수 있을 터인데 여타의 자격증이나 면허증 취득과정과 비교한다면 특이한 부분이기도 하고 소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도장에서는 한 명의 수련생을 심사에 접수하면서 대략 10만 원의 차익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에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을까?

해당 방송에 대해 어떤 관장님이 남긴 반박글을 살펴보니 이 비용 안에는 단증 액자비, 교통비, 띠 값, 주말 보충수업 수당(인건비), 식사 및 간식, 기타(도장 운영 특별자금)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예상 비용을 넉넉잡아 생각해 본다면....
액자비: 5,000원
교통비: 20,000원 (심사 당일 도장 차량 이용 + 주말 차량 운행)
띠 값: 10,000 (실제 도장 납품가는 당연히 더 적다)
식사 및 간식: 5,000원
여기다 기타가 더 있다고 하더라도 많아 봐야 50,000원 정도..?

넉넉잡아도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50,000원 정도이니, 50,000원 정도가 도장에서 수련생 한 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도장 측 수입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50,000원은 인건비(보충수업 수당)와 도장 수입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인건비는 과연 적절한 것인가? 인건비의 기준이 심사비가 폭리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사범을 고용하는 도장의 경우 보통 승품·단 심사가 끝나면 일종의 수고비를 지급한다. 도장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 50,000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도장의 수입은 없는 것인가? 심사를 보는 인원이 보통 한 명이 아니기에 사범에게 주는 50,000원을 빼고도 도장 측 수입은 발생한다.

우리 도장은 평균적으로 심사 한 번에 7명 정도 접수한다. 실질적 경비를 빼고, 대략 350,000원 정도가 남으니 사범 수고비 빼고, 300,000원이 도장의 수입이 되는 것이다. 모 관장님이 평균적으로 4~5명이라 말했는데 그 기준으로 5명으로 본다면 평균적으로 200,000원이 도장의 수입이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도장 측 입장에서 보면 한 명의 수련생에게 단증 취득하게 해주는데 4만 원의 비용을 받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폭리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만일 한 명의 수련생만이 심사에 나간다면 오히려 수입은커녕 인건비도 안 나오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 명일 때와 여러 명일 때 심사비를 달리 받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태권도장도 기본적으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곳인 만큼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심사비가 폭리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고 여긴다. 도장으로서는 수련생들이 단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시설 적 기반에 투자하고 있기에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단증 취득에 관한 응시료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도장 측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비용에 관한 얘기는 정확하지 않은 나의 추측에 불과하다. 도장을 운영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논리적이지 못한 추측으로 되려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결과론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도장의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인 요구가 아닌 것 같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사범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수수료를 조금 줄이고 도장에서 수익을 약간 줄여 심사비를 낮추면 좋을 것 같다.
소비자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다소 비싸지만, 도장에서 심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이 글을 적으면서 처음에는 '심사비에 거품이 많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글을 적는 과정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허술한 근거와 생각(주장)이 난무했던 것 같다. 고작 한 사람의 생각으로 치부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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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 이 글은 2008년도에 작성된 글로 마지막 부분에 오해의 소지가 될만한 내용이 있어 일부 삭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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