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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다리를 찢었나?

by 태권마루 2008. 5. 11.

피해 학생(?)의 얼굴이 공개되는 점을 고려하여 동영상 게재를 중단합니다. _ 091109

태권도에 있어서 특히 하체의 유연성은 발차기 능력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 경험에 의하면 유연성이 뛰어난 수련생은 스피드(순발력), 평형성, 근력 면에서 대체로 뛰어났다. 이것은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운동도 잘한다는 말이고 발을 높이 차는 기술이 많은 태권도에서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선 태권도장에서는 몸풀기와 마무리 운동으로 스트레칭 자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하체 위주의 스트레칭 빈도가 높다. 소위 다리째기, 옆째기라 불리는 다리 벌리기 스트레칭은 일부 수련생에게는 공포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익히 들은 소문에 태권도장 가면 다리 강제로 찢는다는 소리를 듣고 지레 겁먹고 도장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한태권도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어떤 지도자가 동영상을 보고 화가 났다며 링크를 걸어놔서 따라가 봤다. 어떤 이의 미니홈피에 올려진 동영상으로 태권도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세 명의 지도자가 어린 수련생의 유연성을 위해 강제로 다리를 벌리기를 시키는 모습이다.
처음엔 '내가 어린 시절 태권도장들이 저렇게 지도했었지...' 하는 생각으로 보다가 수련생이 "미칠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외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도 우리 수련생들에게 유연성 운동을 시키고 다리 벌리기도 시키지만, 위에서 누르거나 앞에서 밀어 벌릴 땐 항상 동의를 구하고, 중간중간 됐냐고 물어보면서 진행한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았을 때 그것은 수련이 아닌 고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건강이나 취미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동영상에서 절규하는 어린 친구는 도복 등판에 "00中"이라고 찍혀 있다. 중학교 태권도부 선수로 생각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 대학교 도복 외에 무슨 글자가 있지만 뚜렷하지 않아 알아볼 수는 없다. 중간에 사범님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장소(도장)인지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왜, 무엇을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지가 궁금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 학생의 유연성은 눈에 띄게 좋아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학생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신체적 고통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유연성 향상이라는 그에 따른 보상을 얻었다고는 해도 최소한 이 동영상만으로는 이 학생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러다 학생의 절규처럼 정말로 거품 물고 미쳐버리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학생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면 그 심정이 어떨까?

중간에 주변에서 "새끼..."라는 말이 나오고 학생의 절규를 보고도 방치하는 것으로 보아 가히 정상적인 태권도 지도자는 아닌 것 같다.
화려한 발차기를 위해 유연성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의 고통을 스스로 참아내며 길러가는 과정도 수련이다. 그러한 과정을 스스로가 아닌 타의에 의한, 타인에 의한 강제적 물리적 방법이라면 수련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 아니겠는가?

저 학생은 태권도를 수련한 것이 아니라 단지 고문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저토록 고통스러워하는 학생의 절규를 보고도 마치 고문하듯 놓아주지 않았던 당신들!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그리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친구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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