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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외침

발 좀 내리시지요…….

by 태권마루 200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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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우중충한 봄날의 노는 토요일을 반납한 부산 지역의 많은 관장, 사범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년에 두 번 지도자 소양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치러진 "제1회 전국태권도장 경영 및 지도법 경진대회 입상자"들이 강사로 초빙되어 자신들의 노하우를 발표하는 내용이었다.
태권도 소식지나 사이트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고 보니 깨닫는 바가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것이 부끄럽다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역시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그저 그렇게만 지도했던 것을 돌아보고 아쉬워했지만 뭐 부끄러울 것까지야 있겠는가...ㅋㅋ

내가 정녕 부끄러웠던 것은 서울이나 거제도 등 멀리서 오신 강사들을 앞에 두고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교육에 임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모습이었다.

보통 이런 교육에는 대부분 무리를 지어서 온다. 젊은 사범들의 경우 같이 일하는 사범이나 친한 사범과 나이가 좀 있는 관장님들의 경우 같은 지회 도장의 관장님들과 친분이 있으니 또 그렇게 무리를 만들어 교육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무리 수가 좀 많으면 근처는 항상 소란스럽다.

강사들의 열강과 기기의 오작동 덕분에 점심시간이 예정보다 30분 늦어졌다. 1:30까지 모여야 하는데 20분에 들어가 보니 5명도 체 없었다. 30분이 되어도 자리는 1/3도 차지 않았다.
강사들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있는데 정작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복도에서 잡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음료수 반입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일회용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40분이 되어서야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1/3 정도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탈출을 감행한 듯 시작보다 빈자리가 많았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은 한 나이 지긋하신 분의 앉은 자세였다. 뒤에 앉아봐야 사진찍기도 어렵고 시끄러울 것 같아 앞쪽에 앉았었는데 나보다 더 앞에 앉아 있던 분이 앞 좌석의 팔걸이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꼭 목욕탕에 누워 쉬는 듯한 자세로 한번 떠들어봐라, 내가 봐줄 테니 하는 모양으로 앉아 있는 것이 '저 사람이 과연 태권도 관장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어디에서도 저런 자세로 교육을 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목욕탕이 아니면 보기 힘든 저런 자세를 어찌 다른 태권도 지도자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교육을 받는 처지에서 취할 수 있을까?

여러 관장님을 만날 때마다 태권도가 위기라고들 말을 한다. 하지만 이날 강의를 했던 강사들은 성공적으로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왜 태권도장이 위기라고 하는지 이렇게 지도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마다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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