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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마지막 하루!

by 태권마루 2006. 10. 28.

고된 하루의 연속을 드디어 마감했다. 1년간 하루가 멀다고 싫은 소리를 들으며 대꾸 한 번 하지 않고 불만이 쌓여도 스트레스가 폭발하려 해도 묵묵히 참으며 참 잘도 견뎌냈다.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다들 그렇게 나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지만 "태권!" 인사하며 하나둘 집으로 바삐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헤어지긴 싫어서 아이들 하나하나 보내며 한마디씩 짧게 해 주었다. 곧 승품단 심사가 있을 녀석들에게 열심히 해서 꼭 한 번에 합격하라는 응원을 해주었고, 평소 말 잘 안 듣던 녀석에겐 이젠 사범님 관장님 말씀 잘 들으라고 타일러 주고, 평소 나무랄 것이 없던 녀석들에게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격려를 보내주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아이들에게 해줄 때마다 아이들은 "네" 어찌 그리도 씩씩하게 대답은 잘하는지 종일 코끝이 찡했다.

마지막 부, 머리 굵은 아이들이라 녀석들을 다스리는 데 나름대로 참 애를 먹었다. 그런 만큼 정이 들었는지 녀석들 표현은 안 하지만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나의 첫 사범생활은 이곳에서부터였다. 나는 너희들로부터 배워간다."고 말할 때는 모두 웃는 분위기 속에서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었지만 거기서 멈췄다. 감정에 사로잡혀 할 말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 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아이들이 집에 가지않고 모여있다가 내가 탄 도장 차가 내려가는 순간 일렬로 서더니 인사를 한다. 큰 소리로 "집에 일찍 가라!"고 평소 하던 말을 그대로 하고 획~ 지나 버렸다.

집에 가기 전 나는 늘~ PY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열심히 하고 나를 잘 따라 주었다. 그런 탓일까? 마지막으로 PY를 바래다주는 길에 PY가 뒷자리에서 흐느끼는 것을 나는 느꼈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부 아이들과 헤어지며 일일이 악수를 했었는데 PY와는 하지 않았었다. 아직은 몇 분이라도 더 함께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PY가 내릴 때, 나는 창밖으로 손을 쑥~ 내밀며 열심히 하라는 짧은 인사를 건넸다. 녀석은 그 어느 때 보다 "사범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크게 외치고 돌아섰다.

100여 명의 아이들 그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한 번에 100여 명의 정든 이들과 이별하게 된 불행한 사람이다. 곧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겠지만, 오늘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마지막 출석을 부르며 출석부를 들춰보면서 지금은 나오지 않는 아이들의 이름들도 샅샅이 살펴보며 회상했다. 고되었던 만큼 기억도 깊이 자리했나 보다. 지난 1년의 모든 일이 엊그제의 일처럼 어찌 그리도 생생한지.. "사랑한다. 그리고 고마웠다. 오늘 밤 내 가슴은 참으로 찡~ 하구나!"

200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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