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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아파도 아파해선 안된다.

by 태권마루 2007. 12. 9.

종종 일 마치고 친구랑 피시방에서 서든어택을 즐긴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니 아이들 눈치 보지 않고 도장에서 피우지 못하는 담배도 마음껏 피우고, 재밌는 게임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 중 하나라고 할까.... ^^; 참고로 1시까지 출근이니 다음 날 수업에 방해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며칠 전에도 PC방에 갔었는데 속이 좀 답답하고 몸이 좀 으슬으슬하기 시작했다. 몸살이 시작될 것 같아 다음날 출근을 위해 몸을 다스리러 급히 집에 와 침대로 들어갔다. 전기장판을 뜨겁게 달구고 이불 속에서 땀을 뿜어냈다. 침도 못 삼킬 만큼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물 가지러 간다고, 물 마신다고, 더워서…… 밤새 몇 번을 잠에서 깼는지 모른다. 덕분에 다음날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으슬으슬한 잔잔한 고통은 계속되었다.

수업도 하필이면 태권 체조 같은 거라 수업을 좀 편한 거로 바꿀까 하다가 아이들과의 약속(수련계획표)을 어길 수 없어 계획표대로 진행했다.

이 도장은 사범이 나뿐이라 아파도 집에서 쉴 상황이 아닌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수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태권도장도 투자가 있어야 잘된다. 관장이 도장을 지키고 있고 사범은 보통 둘 이상이 있어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다. 이곳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차고 나가는 곳은 많지 않은데 이런 곳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은 아마 아플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요즘 많이 나태해졌나 보다. 허~

이전 도장에 있을 때 렌즈 때문에 눈이 충혈된 적이 있었는데 오해하신 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지도자는 눈이 충혈되어 있으면 학부모들에게 신뢰감을 떨어뜨린다."고 말씀하셨다. 그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 이딴 걸 가지고 트집일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 태권도 지도자는 함부로 아파서는 안 된다. 또 아프다고 쉬어서도 안 된다. 운동하면 감기도 안 걸리고 잔병치레도 안 하며 건강해진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사람이 감기에 걸리고 그 흔한 감기 때문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그 말을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

태권도 사범은 언제나 깨끗하고, 단정하며 건강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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