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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태권도 품새 안녕하십니까?

by 태권마루 2014. 2. 8.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도장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것이다. 간간이 인성교육도 하고 재미난 폭탄 피구도 하고 아이들에게 농담과 칭찬을 던지며 학부모에게 키가 크게끔 운동시키겠다는 감언이설을 뱉으며 적지 않은 수입으로 크게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 빠져 버렸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복잡한 태권도 품새를 가르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서부터 시작해서 품새 동작 하나하나가 정말 쓸모없는 동작처럼, 그저 모순덩어리 처럼 보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예전에는 교본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으며 품새 동작의 용어를 외우고 다양한 품새 서적을 보면서 품새를 이해하려 공부했고 강습회를 다니며 품새 수련에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품새를 하면 할수록,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이건 뭔가 오류투성이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이것이 승단심사 외에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가르치고 수련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복잡함 들은 얽히고설켜 마침내 태권도가 외치는 무예, 무술, 무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 마음을 갈고 닦는다.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 이 모든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나는 어쩌면 태권도, 인성교육을 운운하는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으로까지 치달았다.

 

아~ 수개월에 걸친 고민과 복잡한 심경을 어찌 여기에 다 풀어낼 수 있겠는가….

 

주변에 사범들과 얘기를 나눠보려고 둘러보니 내 속을 뚫어줄 만한 인물은 없어 보이고 한 날은 국기원의 꽤 위치 있는 분에게 물으니 품새 규정을 얘기할 뿐 이해되는 답변은 없었다.

 

나는 태권도를 30년 동안 하고 6단이고 이제는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태권도를 잘 모르겠다. 갈수록 의문은 커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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