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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전수

마지막 수업(중·고등부 수업)에 수련생이 4명 이라면....

by 태권마루 2013. 3. 6.

우리 도장에는 평소 중·고·일반부 수련생이 타 도장보다 많은 편이었다. 지난 방학에는 20명에 달할 만큼 그 수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절대 그만둘 것 같지 않던 아이들 몇이 그만둬서 마음이 무겁다.

 

3월 4일!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 마지막 부에 온 수련생 수가 3명이었다. 많이 그만두고 6명이 마지막 부에 남았는데 3명이 결석했다. 어찌나 분위기 썰렁하고 하기 싫던지… 큰 관심도 없던 WBC 핑계를 대며 같이 야구를 봤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마지막 부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오늘은 그 썰렁한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고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 신입생 유치로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바쁜데도 종일 마지막 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아예 없으면 일찍 퇴근이라도 하지… 이건 뭐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예전에 1:1로 수업을 해본 적도 있지만, 그거야 일시적인 것이고 마지막 부가 앞으로도 이런 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며칠이야 그저 열심히 하면서 보낸다지만 서너 명 수업이 지속된다는 것은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다.

 

앞 부와 통합하면서 마지막 부를 없애는 방법도 있지만 안 될 것 같다.

종일 그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가 시간이 흘러 끝내 마지막 부를 맞았다. 이번에는 둘이 결석하고 4명이 왔다. 그래도 어제보다 한 명 많으니 열심히 수업했다. 그러던 중 순간 머릿속에 번뜩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다들 앉아봐!

앞으로 오늘처럼 사람이 적게 올 때를 대비해서 사범님이 너희에게 목표를 하나씩 정해 주겠다.

A는 중등부에서 유일하게 유급자니까 심사를 대비해 품새 연습을 한다.

B는 겨루기를 좋아하니 겨루기와 관련된 훈련을 한다.

C와 D는 체격이 좋고 힘도 강하니까 그걸 살려서 앞으로 어디 가서도 맞고 다니지 않고 강해지도록 실전 기술과 단련을 한다."

 

수련생마다 특성을 잘 알고 있으니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이다. 목표가 생기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나 역시 이 적은 인원으로 무슨 수업을 해야 할까 하는 걱정이 없어지는 것 같아 종일 머리를 복잡하게 하던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내일부터 특별한 수업이 없다면 소수의 인원이니 각자의 설정 목표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중·고등부 수련생들은 대부분 3~4품으로 오래 수련한 아이들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해오다 보니 특별히 다른 걸 배우지 않아도 계속 오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평소 수련생 수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는 후배들 지도도 하며 함께 체력운동도 하고 그래서 잘 몰랐는데, 다들 떠나고 극소수의 아이들만 남으니 수업을 진행하기가 난감했다. 목적의식 없이 그저 그랬던 수업이 각자의 목표가 설정되니 각자의 것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으로 순식간에 바뀌며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저 말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달라지고 지도자의 고민도 사라진 것이다. 중·고등부 수련생 수가 적을 땐 굳이 꼭 함께 수업하려 하지 말고 퍼스널 트레이너처럼 각자의 목표를 설정해 주어 그것에 맞게 개별 수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매우 좋은 것 같다.

 

물론, 매일 그렇게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도장은 월, 화요일에는 발차기, 수요일은 유연성 및 개별운동, 목요일은 품새, 금요일은 체력운동 및 겨루기로 기본 틀이 있는데, 가끔 이런 저런 이유로 품새나 발차기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진행할 수업으로 적합한 것 같다.

 

이건 글로 보고 얘기를 들어서 될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들에게 목표를 심어주며 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소득이 없어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 한 번 해보시라…. 중·고등부 수련생 수가 애매할 때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초등부는 수가 적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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