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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

차 타는 수련생도 기다리고 태우는 나도 기다리고?

by 태권마루 2011. 8. 9.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6:32에 S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6:35에 아파트 정문에서 L 군을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L 군은 특강반으로 방학 때 잠시 다니는 학생이다. 다닌 지는 며칠 되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눈에 잘 띄게 늘 경비실 옆에 있었다.

오늘따라 L 군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버리면 걸어오기 힘든 거리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렸다. 차 안에는 수련생 몇이 타고 있었고 차에 탄 아이들과 함께 L 군을 기다렸다. 6:42이 넘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전화했는데, 없는 번호란다 -- (나중에 알고 보니 L 군이 번호를 잘못 적어 낸 것이다.)

며칠 전에도 연락도 없이 결석하더니만, 오늘도 그런가 싶었다. 아무튼, 더는 기다릴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도장으로 들어갔다. 도장으로 들어가니 전화가 걸려온다.

L 군 친구의 어머니인데 L 군의 어머니가 도장 전화번호를 잘 몰라 대신 걸어온 모양이다. L 군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늦게 나왔나 보다 싶어 다시 가겠다고 하고 다시 L 군을 향해 달렸다. L 군을 데리러 가고 있는데 L 군의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20분 넘게 기다렸다며 화를 내신다.

"어머님 제가 그 앞에서 10분가량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적어 낸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라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왔습니다."

"아이가 6:20에 나가는 걸 내가 봤는데 아이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열을 내신다. 밖에서 누가 엄마를 부르기에 베란다로 내다봤더니 차가 안 와서 아이가 20분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나는 분명히 시간에 맞춰.... 아니, 그보다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L 군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도장 아이들도 L 군이 안 나온다며 두리번거리며 찾았는데 말이다.

뭔가 일이 꼬인 것 같아 L 군의 어머님에서 저는 분명히 기다렸고 L 군도 기다렸다고 하는데 운이 나빠 서로 보지 못하고 뭔가 꼬인 것 같다고 말하니.... "보지 못했으니 그건 잘 모르겠고" 하며....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말하며 점점 언성을 높였다.

"그럼 제가 어머님에게 안 갔는데 갔다고 하겠습니까?" 하며 나도 같이 격앙되어 갔다.

평소에 잘 흥분하지 않는데 묘하게 사람 열 올리는 뉘앙스로 말하는 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그렇게 못 믿겠으면 그만 보내라고 말했겠지만, 수련생 학부모의 추천으로 우리 도장에 보낸 것이기에 그 추천해주신 학부모님을 생각해서 참고 참았다.

전화를 끊기 전에는 그래도 다시 태우러 와 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어찌나 얄밉던지....

어찌 된 영문인지 L 군은 알고 있으리라~ L 군을 태우고 도장에서 수업한 뒤 내려주러 가는 길에 물었다. 처음에는 평소 기다리던 곳에 있었단다. 하지만, 내가 분명히 평소 L 군이 있던 자리에 거기 없던 것을 보았으니 더 다그쳤다. 그제야 공사한다고 쌓아놓은 저~ 쪽 보도블록 뒤쪽에서 논다고 차 타야 하는 시간인지도 몰랐단다.

평소 차가 기다리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으니 서로 몰랐을 수밖에.... 유치하지만, 뭔가 큰 오명을 벗은 기분이고 승리한 기분마저 들었다. L 군의 어머니에게 당장 전화하고 싶었지만, L 군에게 어머님에게 왜 차를 못 타게 되었는지 직접 말하라고 했다. 전화 한 통 오겠지 싶었는데... 무소식이다. 킁~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없으면 내려서 찾아라도 봐야 하는 건가.... 걸어오기 빠듯한 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 할수도 없고, 이놈에 차량 운행 아무튼 귀찮은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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