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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부산 제3회 고품 및 고단자 심사

by 태권마루 2009. 12. 6.

지난 11월 28일(토) 사직동 아시아드 경기장 내에 있는 태권도 전용관에서 4품, 4·5단 심사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6단 이상을 고단자라고 칭하지만, 부산광역시 태권도협회에서는 4품, 4·5단 심사를 고품 및 고단자 심사라고 한다. 마침 대학 때 후배의 심사가 있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여러 차례 고품 및 고단자 심사를 다니면서 느끼는데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운영 방식에 문제가 많음을 느낀다.
먼저 학부모나 지도자들이 마음 편히 자녀와 제자들이 심사를 보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난번에는 뒤편 좁은 의자에 몇십 명은 앉아서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사자들의 대기 장소로 사용하는 바람에 구경하려면 입구 쪽에 몰려서 봐야 했다. 그나마 학부모 편의를 위해 지도자들은 모두 나가란다. 물론 처음에 눈치 보다가 나중에 하나둘씩 들어왔지만….
아무튼, 관중석이 없는 좁은 곳에서 해서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다. 장소 섭외가 힘들다면 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창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중석의 위치가 옆쪽이다 보니 저~쪽에서 하는 품새를 보기가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하는 겨루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좁은 장소에서 하다 보니 이래저래 불편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왜 시급하게 안 고쳐지나 모르겠는데 바로 남자와 여자의 겨루기다. 예전에는 성별이나 키와 관계없이 무조건 번호순으로 겨루기를 붙였다. 이번에는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4명의 심사자 중에서 키를 맞추기는 했지만 4명 중에 키가 맞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해야 했다. 5단 심사는 아예 두 명이 겨루기 심사를 봤기 때문에 체격의 차이에서 오는 유불리는 아예 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4품 심사에서 보니 초등학생과 고2 학생이 겨루기를 붙는 장면도 있었다. 초등학생은 발차기 한 번 제대로 뻗지 못하고 얻어터져야 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협회에서는 심사자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지난번에 심사장에서 남자 응시자의 안차기에 맞아 쓰러진 여자 응시자를 본 적이 있다. 이제는 달라졌겠지, 했는데 남자와 여자의 겨루기는 여전했다. 대부분 신장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자 응시자들은 굴욕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한 선수 출신의 여고생 응시자가 좀 잘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작은 체구의 여자들이 남자 응시자들에게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다. 중간에 심판 보시는 분이 살살하라는 주문을 넣지만 살살하다가 자기가 손해를 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주문대로 끊어 차는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4단이라면 남자도 상대할 만큼의 기량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사고의 위험도 크고 남자나 여자나 모두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서 분명히 나눠서 심사가 치러져야 할 것이다.

전체 응시자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여자 응시자를 따로 분류하는 일이 힘든 것이 결코 아님을 고려할 때 시급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여자 응시자가 용감하게 잘하기는 하지만 역부족이다.
 
4품 응시자들의 겨루기


마지막으로 꼬집고 싶은 부분은 바로 심사관들의 태도이다. 심사 공문을 보면 4품 심사는 오전 9:30, 4·5단 심사는 오후 1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심사자들은 당연히 시간에 맞춰 와서 몸을 풀고 있었지만, 심사관들은 역시나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먼저 온 분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 자리가 없어 밖에서 지켜보던 한 학부모가 혼잣말로 불만을 토로했다.

역시나 밖에서 창 너머로 지켜보던 지도자들은 익숙한 듯 "또 시작이다."라며 시간이 지났음에도 주머니 손 넣고 커피 마시며 얘기 나누는 그들을 비난했다. 4품 심사는 정확히 10시에 시작되었다. 12시 전후로 4품 심사가 끝났다.

점심을 먹고 4, 5단 심사를 위해 1시가 조금 안 돼서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심사자들로 북적여야 할 심사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심사관을 비롯해 아침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높으신 분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진 듯 응시자들도 일부러 늦게 오고 있는 것이었다.

2시가 다 되어서야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고 당연한 듯 2시에 심사가 진행되었다. 시간에 맞춰온 사람들만 추위에 떨며 괜한 고생한 것이 되어 버렸다. 몸풀기하고 연습할 시간을 주려고 배려하는 것인가? 1시에 찾아온 학부모들도 분명히 있는데 이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다.

4, 5단 심사자는 통틀어서 70여 명 안팎이었다. 그들과 함께 온 사람들까지 하면 적어도 100명은 넘는다. 높으신 분들이 느긋하게 식사하고 오시는 동안 100시간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똑같은 동작으로 수십, 수백 번 보며 심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태권도계의 선배로서 후배들의 기량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굳이 주머니에 손 꽂아 넣고 시간까지 어겨가며 담소를 나눌 필요가 있는 것인가? 많은 학부모님과 지도자들의 기다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권위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또한, 크게 해결하기 어렵지도 않은 문제를 보완하지 않고 있는 협회는 응시자들에게 공정한 심사를 볼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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