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 2009/07/08 04:20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는 퍼부었고, 우산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으로 온 종일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온 힘을 다해야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순간순간 나의 처지가 떠오르며 힘이 빠져버렸다.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달렸고, 이제 해가 뜨면 다시금 결판을 지러 나설 것이다.
어찌 될까? 어찌 될까? 너무도 막막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 해결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설레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이끌림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로또를 사놓고 당첨금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것과 진배없음이다.

이번 일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걱정해주는 이 또한 적지 않음을 확인하였기에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하지만, 믿었던 분으로부터 받은 배신감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향해 분노가 터져나가고 있다.

자칫하면 7월을 끝으로 나는 여기서 나와야 할 것도 같다.
요즘 비정규직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마당에 나는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졸지에 실업자가 될 형편이다.

가까운 어릴 적 나와 함께 운동했던 형님과 틈날 때마다 통화하며 고민을 나누었고, 내 상황과 심정을 잘 아는 친구와 이 새벽까지 아픔을 나누다 이제야 들어왔다.

막~ 말하고 싶었다. 
오늘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나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우리 수련생들에게 너희 사범님 없어도 도장 잘 나올 거지?"라고 묻고 싶었다.
잘 아는 관장님과 사범들에게 전화해서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고 호소하고 싶었다.
사람은 어려움에 닥치면 말이 많이 하고 싶어지나 보다.

친구와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면서 그래도 마음이 조금 추슬러졌다.
곧 떠오를 하루를 위해 어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나는 오늘 안에 잠들 수나 있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 김혁권 | 2009/07/09 0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랑 나이도같고, 사범이란 직업, 사범이란 직업때문에 애인과의 결혼반대(결국이별), 내도장에 대한 갈망...
    변해가는 태권도(태권체조 등)에대한 불만 등등...
    너무 똑같네요... 이제야 이런분을 만났나 싶었는데.. 떠나가시는겁니까?
    전 님보다 조금일찍 사범세계로 들어왔는데요(2003년) 이일저일 겪다가 저역시 제도장문제실패로, 좌절...
    잠시 외도를 했었답니다.(1년...) 다시돌아온지 1년이 좀넘었는데,(이유라면... 배운게 도둑질이죠. 이나이에
    새로 배워서 딴일한다는것도 좀그렇고) 어쨌건 지금은 사실 애들가르치는 재미 빼고는 없네요.
    고만고만한 사범월급으로 뭔가 일으키기도 쉽지않고, 나이는 자꾸 먹어가고...
    그래서 밤마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못이루고... 지금도 혼자 술한잔 찌그립니다.ㅋㅋ
    선택이야 태권마루님의 몫이고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님의 글을 보면 참... "나중에 체육관 잘꾸려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쪼록 잘 선택하시고, 성공하시길...

    • 태권마루 | 2009/07/09 05:10 | PERMALINK | EDIT/DEL

      김혁권사범님 안녕하십니까?
      저랑 비슷한 처지라니 반가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범님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짧은 글로나마 서로 위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을 찾으시는 어려운 사범님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마디 위로의 댓글이 아니라 그러한 어려움을 헤치고 뚫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을 내어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삶의 철학은 "죽으란 법은 없다!"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많은 사범님들에게 꼭 희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