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격파시범 작품으로 보람을.... :: 2008/11/24 02:40

얼마전 인근 초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예회가 열리는데 우리도장에 다니는 1학년들이 많으니 그 아이들만 모아서 태권도 시범을 해달란다.
1학년 어머님들이 많이 보시니 홍보도 되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도 된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

주어진 시간은 보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무조건 부딪혔다.
처음엔 '기본동작+품새+태권체조+격파'를 구상했으나 시간을 그렇게 안준다고 해서 '태권체조+격파'로 가닥을 잡았다.

수련계획표에 2주간은 태권체조로 몸풀기를 넣었고, 수업시간 틈틈히 개인격파를 연습시켰다.
주말에는 합동연습을 했다.

1학년들이고, 대체로 수련기간이 짧은 아이들이 많아 많이 고생했지만 일요일까지도 연습했더니 그럭저럭 잘 해주었다.

10명의 아이들에게 참 많이도 소리지르고 함께 애쓰며 준비했다.
어머님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내주시고 간식 보내주셨다.

많은 내용을 준비하고 연습하다가도 잘 안되는 부분을 수시로 변경했고, 학예회에는 내가 직접 함께 할 수 없으니 인사부터 마무리까지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써야 했다.
경험이 없는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은 일이었다.

학예회가 있는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학부모들이 많을 것을 감안해 외모에 신경을 좀 쓰고 카메라를 들고 학교로 나섰다.
평소보다 좋은 호흡으로 경쾌한 태권체조를 끝내고 긴강감 흐르는 음악과 함께 격파가 이어졌다.
미처 격파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웃음을 주며 분위기를 좋게 이끌었다.
송판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갈 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감이 붙었으며 보는 이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생각보다 잘 해준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우리 수련생들 차례가 끝나고 강당을 나설 때 너무 잘한다는 어머님들의 얘기가 들려왔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딸이 저렇게 변해 있을 줄 몰랐다며 소름끼쳤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에 차량운행을 한다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태우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1학년 어머님 몇 분이 오셨다.
일요일도 쉬지 않고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갑자기 봉투를 건네오셨다.
어머님들끼리 모았단다.
안을 보지는 못했지만 딱 만져봐도 꽤 두툼했다.

차에서 내려 봉투를 건네고 도망가는 어머님에게 돌려드렸다.
나 또한 당황스러워 돌려드리는데 실수로 준 사람이 민망할지경으로 강력하게 돌려드렸다.
서운하셨을까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미안하다고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어머님이 얼마나 화끈거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장에 돌아오니 내 00 000를 물어보고 가셨단다.
아무래도 선물로라도 주시려나 보다.

돈이든 선물이든 왜 받는 걸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작은 것을 탐하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법... 난 정말이지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몰래 물어보고 간 것을 알아서 선물을 사지 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주는 성의도 있으니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받아야 겠다. ㅡ,.ㅡ;
그냥 돈으로 받아서 어머님들과 식사라도 할 걸 그랬다.
그 땐 그게 왜 생각나지 않았는지.....

아무튼 고생했지만 그만큼 즐거운 학예회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격파 구상했던 흔적들...

  • 어느사범 | 2008/11/26 15: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글 반갑네요^^ 올한해 태권도 사범 하면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태권도학과 휴학생 사범입니다 . 사범님 글보면서 많이 위로받고 힘내서 돌아가곤 합니다 지금도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지만.. 그래도 사범님 처럼 열심히 하시는 분들 보면서 자신을 채찍질 합니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이제 내년부턴 복학인데.. 후회 없도록 열심히 공부 해야겠어요 아이들앞에서 당당한 사범님이 되도록 ..올핸 너무 제자신이 부끄러워서 힘들었답니다 앞으로도 진솔하고 재미있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더라구요 사버님글은 ㅋㅋ)사범일지 기대하겠습니다^^

    • 태권마루 | 2008/11/27 02:15 | PERMALINK | EDIT/DEL

      저의 짧은 일기를 반가워 해주시니 제가 더욱 반갑습니다.

      태권도 사범은 그야말로 만능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이니 아직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사범생활하면서, 혹은 앞으로를 설계하면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미리미리 채워놓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뒤늦게 태권도 사범의 길로 접어들어 이제서야 배우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만능이 되기 위해 하나하나 쌓아 놓으십시오...
      힘내시고 멋진 사범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 러시안룰렛 | 2008/11/28 00: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열심히 하셨나봐요 ..

    학부모님들께서 봉투까지 줄 정도라면 대단하십니다 ㅋㅋ

    근데 봉투는 받으시지 넘 바르시다 ^^

    저도 힘을 내서 열심히 사범 생활해야겠습니다 지금도 저 딴엔 열심히 하지만

    이 글을 읽으니 열정이 불타는 군요 ^^

    • 태권마루 | 2008/12/02 00:27 | PERMALINK | EDIT/DEL

      도장의 입장에서는 제가 주말을 반납하고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것은 홍보차원일 뿐이겠지만, 저에겐 처음으로 시범을 기획하고 지도하고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차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받지 않았던 것 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그 봉투를 거절한 이후로 어머님들과 관계가 조금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제 생각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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