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학생 보고 불량생각, 불량행동 :: 2008/09/01 11:44

중·고·일반부 12명의 수련생들을 데리고 1박 2일 캠프를 가는 길.....
찾아 놓은 돈이 없어 은행을 찾아 돌다가 현금지급기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내리면서 길 건너편을 보니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교복입은 여중·고생들이 대략 15~20명 가량이 몰려있었다.
몰려있길래 쳐다봤더니 이쪽으로 자꾸 눈치보듯이 쳐다봤다.

동네에서 차량운행을 하거나 밤 늦게 퇴근할 때 청소년들이 불량스러워 보이거나 으슥한 골목에 모여있으면 어김없이 가서 사람들이 위화감 갖지 않도록 밝은 곳으로 가라던지 그래서는 안된다던지 훈계하기 때문에 그런 눈빛에는 익숙하다.

일종의 경계하는 눈빛이다.

그저 몰려있는 것이겠거니 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급히 뛰어와서 차에 올라타니 차에서 기다리면서 그 쪽을 쭉~ 지켜봐왔던 우리 수련생들이 "사범님 저기 삥 뜯기고 있는데요.... 그냥 가시는 겁니까?" 이러는 것이다.
내리면서도 이쪽으로 눈치 보는 것이 뭔가 있나 싶었지만 상황을 모르기에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뛰어 내려서 그 쪽으로 달려갔다.
바닷가 가는 길이라 알록달록한 반바지에 추리한 모습으로.... -_-;

가보니 4~5명이 일렬로 서서 다른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여있는 모습인 듯 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체를 다그치며 뭐하는 짓이냐고 호통을 치고, 일렬로 서 있던 아이들에게 "너희들 당하고 있는거지? 빨리가라"....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들이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아니라며 다~ 친구들이라고 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뻔히 옆에 있는데 당하고 있다고 할리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아이들만 따로 한 쪽을로 불러서 차근차근하게 타일렀다.

"내가 도와줄테니 기회가 왔을 때 탈출해라"

하지만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자꾸 웃으며 아니란다.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 차에서 보고 내게 얘기했던 수련생들도 그런듯 하다고만 알지 좀 떨어진 거리라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겉으로 봐서는 우리 수련생들이 했던 얘기가 맞는 것도 같지만....
내가 더 몰아붙이면 내가 간 뒤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돌아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때 저 쪽에 몰려있던 여학생 중 하나가 "그런게 맞으면 어쩔건데요" 이러는 것이다.
순간 울컥해서 그 여학생 머리를 (기분나쁘게)툭툭 밀면서 호통을 쳤다.

"일단 내가 오해한 것 일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은 미안하다.
하지만 저 쪽에서 봤을 땐 그러헥 오해할 여지가 충분했고, 저 차에 타고 있는 우리 수련생들이 봤다고 해서 달려왔다.
입장 바꿔서 너희들이 만약 누군가에게 당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고 그냥 갔으면 좋겠냐!
"

그렇게 말하자 그 아이도 더이상 할 말은 없었다.
00중학교에 다닌단다.
학교나 경찰에 연락해서 상세히 조사해보도록 조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몇 마디 주의만 주고 돌아섰다.
(내가 볼 때)당하고 있던 학생들을 보니 내가 거들어봐야 그 뒷 일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고, 어찌보면 그 한 순간이 그들의 삶에 중요한 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 또한 그들의 문화이기도 하다.

어쩌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변명이다......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나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우리 동네이 있는 많은 불량학생들은 내가 도복을 입고 대하기에 나를 어려워하고, 이제 나를 어느정도 알기에 말이 통하지만 낮선 곳의 아이들은 더이상 만날 수 없으니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여겼다.

차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복장만 아니었으면 정말 멋졌을 텐데라고 얘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리가 가면 더 당할텐데 라며 걱정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순간 이동해서 몰래 숨어서 보다가 도와줄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러면서 우리 수련생들에게 말했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 않나보다.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또록 도와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네.... 스스로의 견디도록 내버려 두자..."
지금 생각해보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던 비겁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그 일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당시 행동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도장 수련생들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요즘 청소년들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밀려왔다.

차에서 그 광경을 봤다면 왜 가만히 있었는가.....
운동, 태권도를 배운 사람으로써 그냥 보고 자기네들 끼리 구경꺼리 삼으며 보고만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차에 타고 있던 수련생들은 대부분 3,4품으로 운동을 오래한 친구들이고 실력들도 뛰어난 친구들이다.
지금은 전교 1등 하는 고2 여학생이지만 중학교 때 '통'잡고 나온 학생도 있었다.
180cm인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대학생도 있었다.

나도 비겁했지만 그들도 비겁했다.
차에 타고 있던 12명의 태권도 수련생.... 그들의 단을 합쳐보니 무려 21단이다.
태권도 21단이 불량 여중생 열댓명의 그릇됨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나로써는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즐거운 캠프가는 길이라 아무말 않았지만, 월요일 수업시간에는 좀 나무라야 겠다.
  • 승객1 | 2008/10/09 13: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그동안 바빴다는 핑계로 뜸했던 것에 비겁(?)해집니다..^^

    도움을 주어야 할 곳에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받아야할 사람들이 받으려하지 않는 사회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화나고 안타깝습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모두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지요..

    학교가? 아이들이? 부모가? 사회가? 이 총체적인 문제를 어디서 풀어야할지...

    • 태권마루 | 2008/10/18 00:08 | PERMALINK | EDIT/DEL

      오랫만에 오셔서 더 반갑습니다. ^^;
      우리 어른들이 조금씩만 더 관심을 가져도 많이 풀어낼 수 있는 일이라 여깁니다.
      모든 것이 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아니겠습니까?

  • 전직사범 | 2008/12/03 16: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이런경험이 많네요 .

    특히 대놓고 길가에 몰려서 담배피는 놈들 ...

    정말 어이없는 세상입니다. 전 가만히 두지 않아요..

    하지만 꼭 화내고 소리치고 돌아오는 길엔 너무 후회가 들때가 많습니다.

    분명히 친구들은 '야 그냥 피게 뇝두지 뭘 건드려~그냥 뇝도라 그런다고 게네가 안필애들도아니다'

    이런 현실때문에 .. 이제 올바른것은 당연하것이아닌 세상이요.

    • 태권마루 | 2008/12/04 19:33 | PERMALINK | EDIT/DEL

      밥상머리 교육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그런 청소년들이 변화하기는 힘들겠지요....

      아쉽도 안타깝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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